[서귀포=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여성을 약자로 보호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도 우리 사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주요 요소로 생각하는 인식 전환 필요하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29일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 하계 포럼의 '여성기업인 특강' 연사로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여성이 해운업을 하려니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해외에서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 사회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2% 부족하다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80.5%로 77.6%인 남성보다 앞섰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4%로 절반에 못 미친다"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0% 수준에 비해서도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해운은 15년 전부터 여성해기사를 채용해 현재 16명 근무 중이고, 여의도에 있는 본사에도 직원 850명 중 200명은 여자"라며 "여성을 우리 사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주요 요소로 생각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비즈니스 현장에 나와 보니, 체력이 따라주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학교나 사회에 여성 체력 강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들이 세대를 막론하고 자기가 할 수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며 "경제활동이 아니더라도 재능기부, 사회봉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주무부처가 여성들이 마음 놓고 나와 일하게끔 육아, 보육 주무부서에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책적 해결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의 타계로 경영활동에 나선 최 회장은 이외수가 쓴 청춘불패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20대는 꿈을 정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저는 조금 늦은 40대에 ‘한진해운’이라는 선몽을 했다"며 "50대에 꿈을 펼치고 날아오르기 위해 풀어야 하는 숙제는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 간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우수한 전문경영인 인력이 풍부하다"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장기적 안목이 강점인 오너경영인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능력이 검증된 전문 경영인이 각자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의사결정을 나눠서 함으로써 상호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체계화 되지 못했지만 이런 원칙 하에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분담하는 새로운 경영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꿈이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산업시대에는 창업주 오너 경영인이 통찰력과 카리스마로 본인의 책임하에 의사결정을 했고 큰 성과를 냈지만 지식기반 산업으로 경제,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2·3세 경영체제에서는 과거 오너 경영인과 동일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한진 텐진호 피랍 사건과 관련, "이순간에도 한진 시애틀호, 한진 뭄바이호 등 컨테이너 4척이 아덴만 통과중"이라며 "당시 사건해결 과정에 대해 '위기에 빛난 최은영 리더십', '여걸' 등의 평가는 옳지 않다.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텐진호 박상운 선장이 가장 잘했고 임직원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노후에는 고 조수호 회장의 유지로 2006년 설립한 양현재단 활동을 하며 봉사와 나눔의 생을 살고 싶다"며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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