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낙찰금리 11년 최고치 기록..재무장관 사임설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이탈리아 국채 입찰에서 낙찰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탈리아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낙찰 금리가 11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이탈리아는 10년물 27억유로어치를 발행했는데 낙찰 금리가 5.77%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실시됐던 10년물 입찰 당시 낙찰 금리 4.94%에 비해 0.83%포인트나 올랐다. 그만큼 정부 재정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입찰 경쟁률은 1.38배에 그쳤다. 앞서 이뤄진 여섯 차례 1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평균 입찰 경쟁률이 1.42배, 낙찰 금리가 4.81%를 기록했다. 또한 이날 발행한 27억유로는 당초 최대 목표치 30억유로에 미달한 것이었다. 이날 이탈리아는 10년물을 포함해 총 80억유로어치 국채를 발행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투자전략가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 상승과 관련해 "이번에는 유로존에서 덜 핵심적인 국가들 차례인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 아그리꼴의 피터 채트웰 애널리스트는 다른 무엇보다 높아진 금리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채 입찰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이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0.07%포인트 오른 5.83%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 2.63%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았다.
뱅크오브이탈리아의 이그나치오 비스코 부총재는 최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독일 국채 수익률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 이탈리아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첫 해에는 0.2%의 GDP가 감소하지만 다음과 그 다음 해에는 각각 0.4%, 0.5%씩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이탈리아가 3년 재정 긴축안을 통과시켰지만 투자자들이 정부 부채를 줄이는데 충분한 것인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정부 부채는 1조9000억유로에 가깝다.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하며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부채를 모두 합친 것보다 3배 가량 많다. 때문에 현재와 같은 금리 수준이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이탈리아가 결국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줄리안 칼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가 GDP 80% 수준이면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고 100% 이상이라면 경계 신호가 발동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탈리아는 경제 성장률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의 사임설도 국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트레몬티 장관 측근 중 한 명이었던 마누엘라 브라비 대변인이 최근 뇌물 수수 혐의로 사임하면서 트레몬티에게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키아란 오헤이건 투자전략가는 "트레몬티 장관의 사임설이 나오고 있다"며 "이 소식은 이탈리아 국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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