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투표도 부결, 임금 협상 '안갯속'
근소한 차이 좁히지 못해···임 대표 리더십에 우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현대위아가 2차 임금 합의안도 노동조합 조합원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17년 무분규 타결 도전이 무산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휴가전 타결될 것이라던 당초 전망과 달리 조합원의 반대가 강경하자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도 자칫 현대위아만 협상에 실패해 노사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두 번의 투표 모두 10표도 안되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돼 임흥수 대표를 포함한 사측의 협상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 노조는 지난 27일 창원 본사에서 사측과 협의에 도출한 2차 임금협상 의견 접근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앞서 22일 열린 1차 찬반투표에서는 반대표가 고작 6표 더 많아 부결됐다. 조합원의 기대에 100% 충족을 못했지만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자평한 노조 집행부는 물론 합의안을 잘 이끌어냈다고 봤던 사측도 두 번의 실패에 큰 충격에 빠졌다.
2차 의견 접근안은 1차에서 제시했던 안, 즉 ▲올해 임금을 평균 8만9000원(호봉 승급분 2만5954원 포함)을 인상하고 ▲성과금은 통상 임금의 300%, 일시금 600만원을 시기별로 나눠 지급하며 ▲사내 협력업체는 기본급 5.6% 인상에 성과급 200%에 일시금 150만원 제공이라는 틀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 조합원의 주택구입 자금 대출 등에 활용되고 있는 복지기금에 사측이 지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3억원을 출연하고, 특별휴가 1일을 실시한다는 안을 추가했다.
하지만 2차 투표날에도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접근안 설명을 들은 일부 조합원들이 개개인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리자 찬성 입장인 조합원들도 이제 그만하자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양측간 대치상태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투표가 마감된 후 검표를 한 결과 반대표가 더 많았다.
조합원들은 집행부보다는 사측에 더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위아의 한 조합원은 "1차 투표 때 6표 차이로 부결됐다는 의미를 사측은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사측이) 조금만 더 성의를 보여줬다면 2차 투표에서는 쉽게 끝날 수 있었는데, 사측은 직원들 개인의 임금 인상액보다 부담이 적은 복지기금 출연으로 메우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든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더 많으면 된다는 식으로 몰아가려고 했던 것으로 비쳐져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 등 사측이 조합원의 의견을 저버리고 무리하게 임금협상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올해는 휴가전 임금협상 타결이라는 분위기가 커져 다음주 휴가 이전에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커진 듯하다"라면서 "하지만 사측은 조합원들의 노력 덕분에 이뤄낸 결과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고통을 감내하자고만 주장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노사는 다음주부터 회사가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관계로 이번주안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목표다. 노조 집행부는 현재의 안으로 조합원을 설득시키기는 어렵다고 보고 사측에 보다 강력한 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시킨 바 있어 사측이 새로운 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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