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 임원들 자사株 처분 몸은 달았는데
상장 1년도 안된 주식 팔자니 경영진 눈치
갖고 있자니 주식 단기 고점에 욕심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솔직히 너무 오른 것 같죠? 조금씩 팔고 싶은데 공시에 이름이 뜨니까 난감하네요. 짧은 기간에 많이 올라서 지금 팔아야 적절할 것 같은데 말이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주식 가치'로 평가했을 때 가장 잘 나가는 회사로 꼽히는 현대위아 임원들이 근래 들어 사내에서 나누는 대화다. 올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현대위아 주가가 고공비행을 하면서 자사주를 들고 있는 임직원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이다.
회사가 상장한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주식을 매도하자니 경영진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계속 보유하자니 단기 고점인 것 같아 욕심이 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회사 임원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비춰지는 반면 장내에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회사에 대한 이미지 훼손과 로열티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가운데 하반기 들어 현대위아 임원들의 주식 매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강구식 이사대우가 지난 18일 3000주를 팔아치웠다. 상장 때부터 보유했던 4539주에서 3000주를 주당 16만8500원에 팔고 1539주만 남겨 놓은 상태다. 상장 때 공모가 6만5000원과 비교해 불과 5개월 만에 3배 가까이 이득을 본 것이다. 현금화 한 금액은 5억원이 넘는다.
특히 매도 시점이 절묘했다. 장중 17만8500원까지 오르는 등 최고가를 기록한 당일 높은 가격에 팔았던 것. 강 이사 외에 성기영 이사대우도 한 달 앞선 지난 달 13일 소량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했다.
현대위아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매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공모가로 자사주를 매입한 임직원들이 많은 데다 주식 가치가 단기 고점에 도달했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매수보다는 매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위아 주식의 경우 상반기 코스피 시장 새내기 종목 중에서도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을 정도"라며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 행진은 경영 이미지에는 불리하지만 타이밍으로 봤을 땐 분할해 파는 게 적당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