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찬반투표 부결, 입장차 커 합의 힘들듯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오던 현대위아 임단협이 올해 깨질 위기에 놓였다.
올 초 증시 상장 당시 노조위원장이 직접 참석했고, 영업에도 노조원들이 함께 나섰을 정도로 밀월관계였던 노사 관계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노조는 이미 쟁의행위 투표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한 바 있어 쟁의행위가 실제로 이어질 경우 여름 휴가전 제조업계에 불고 있는 임단협 타결 무드에 제동을 걸 뿐만 아니라 지난해 부임한 임흥수 대표 체제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현대위아 노조는 지난 19일 8차 본교섭에서 사측과 합의한 올해 임금협상 의견 접근안을 토대로 22일 오전 임시총회를 개최해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의 반대로 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측은 이러한 내용을 25일 소식지를 통해 밝혔는데,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수와 찬반 투표 비중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회사의 한 조합원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합의안을 이끌어냈다는 노조 집행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총회 분위기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며 “그동안 조합원들이 들인 노력에 대한 성과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의견 접근안에 따르면 사측은 올해 임금을 평균 8만9000원(호봉 승급분 2만5954원 포함)을 인상하고 성과금은 통상 임금의 300%, 일시금 600만원을 시기별로 3차례 나눠 지급키로 했다. 또한 사내 협력업체에게도 기본급 5.6% 인상에 성과급 200%에 일시금 150만원을 제공키로 했다.
이는 앞서 임단협에 합의한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임금 8만9000원 인상), 현대제철(기본급 7만1452원 인상, 수당 2만828원 지급, 성과금 300%+530만원, 주식 20주), 기아자동차(기본급 9만원 인상, 성과금 300%+700만원, 주식 80주) 등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수준이다. 집행부는 사측이 불투명한 경영환경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빌미로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도출한 만큼 찬성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였다. 지난해 기준 현대위아 직원의 평균 연봉은 6600만원대로 매출액 기준으로 절반도 안되는 현대로템(7400만원)보다 적은데,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인다해도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1·4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사측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임직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해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한 노조 집행부는 이날 오후부터 회사와 본교섭을 재개해 다시 합의안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하지만 사측도 더 이상 양보를 못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가운데, 조합원들의 요구 조건도 높아 합의를 이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측은 타결이 불가능해질 경우 곧바로 쟁의행위에 돌입키로 해 임 대표로서는 그만큼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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