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영원한 라이벌' 유소연(21ㆍ한화)과 서희경(25ㆍ하이트).
'여자 메이저' US여자오픈에서 연장혈투를 벌여 지구촌 골프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던 두 선수는 사실 국내 무대에서 부터 매 대회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던 사이다. 2009년이 출발점이었다. 서희경은 당시 5승을, 유소연은 4승을 일궈내면서 투어 절반에 가까운 우승컵을 수확했다. 서희경이 대상과 상금왕 등 개인타이틀을 싹쓸이해 첫 대결은 서희경의 우세였다.
US여자오픈에서는 유소연에게 운이 따랐다. 최종일 악천후 속에서 3개 홀을 남긴 유소연은 다음날 기상조건이 좋아진 상황에서 경기를 속개해 결국 마지막 18번홀의 천금같은 버디로 연장전을 만들었고, 이미 플레이했던 3개 홀에서 다시 연장전을 치러 '학습 효과'까지 얻었다. 유소연은 우승 직후 요란한 우승 세리머니 대신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로 기쁨을 표현했다.
유소연은 "(희경)언니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필드에서의 경쟁자인데다 서희경이 4살이나 많은 언니지만 우정은 두텁다. 공통점도 많다. 두 선수 모두 비회원신분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해 '신데렐라'가 됐다는 점이다. 서희경은 지난해 기아클래식에서 우승해 올해 LPGA투어에 직행했고, 유소연도 내년에는 당당하게 '메이저챔프' 자격으로 무혈입성하게 됐다.
프로 데뷔는 2006년에 합류한 서희경이 2년 빠르다. 유소연은 2006년 국가대표로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등 '2관왕'에 오른 뒤 프로로 전향한 2008년 곧바로 김영주여자골프오픈에서 우승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바로 그 해 서희경이 하반기에 맹활약하며 시즌 6승을 쓸어담았다.
두 선수의 스윙은 '교과서'같다. 지난해 골프잡지에서 투어프로를 대상으로 스윙이 가장 좋은 선수를 꼽으라는 질문에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평가단은 서희경은 '하체 밸런스가 뛰어난 견고함에 몸통 회전이 훌륭하다'고, 유소연은 '스윙의 일관성이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소연은 올해 스윙 완성도를 더 높였다. 미국으로 가기 직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는 "1년 동안의 스윙 교정이 이제는 몸에 익숙해졌다"면서 "양팔을 많이 사용했던 예전과 달리 몸통 회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유소연이 168cm, 서희경은 172cm의 훤칠한 키에 수려한 미모, 빼어난 패션 감각 등 골프계 속칭 '완판녀'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US여자오픈에서 유소연(휠라골프)과 서희경(빈폴골프)이 입었던 옷이 불티나게 팔린 까닭이다. 두 선수 모두 현지에서 유창한 영어 인터뷰로 준비된 '월드스타'라는 점도 똑같다.
서희경이 드라이브 샷 비거리(평균 250야드)에서 유소연(233.5야드) 보다 우세하고, 아이언 샷 정확도는 유소연(76.5%)이 서희경(65%) 보다 앞섰다. 서희경은 이번 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다시 한 번 우승 사냥에 나서고, 유소연은 귀국해 오는 29일 개막하는 KLPGA투어 히든밸리여자오픈을 기점으로 국내 무대에 전념한다.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내년 세계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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