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2010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화두는 단연 최나연(23ㆍSK텔레콤)과 신지애(22ㆍ미래에셋)다.
최나연은 상금여왕과 베어트로피(평균최저타수상) 등 '시즌 2관왕'을 차지했고 신지애는 지난해 상금왕에 이어 올해는 드디어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며 화려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친구에서 세계의 라이벌이 된 최나연과 신지애, '지옥의 동계훈련'을 통해 내년 시즌 다시 한 번 '넘버 1 경쟁'을 벌일 두 선수의 강점을 비교해봤다.
▲ 최나연, 타고난 감각에 이제는 강력한 멘탈까지= 최나연은 아마추어시절부터 기량이 남달랐다. 학창시절 탁구선수로 활약했던 어머니 송정미씨(44)의 피를 물려받아 타고난 감각이 돋보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신지애와도 자주 만났지만 언제나 우승은 최나연의 차지였다.
2004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해 '프로 킬러'의 계보에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 프로로 전향해서도 2007년까지 매년 1승씩을 수확했다. 2008년 미국으로 진출한 이후에는 단 한 차례의 우승도 없이 루키 시즌을 보내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자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다잡았던 우승을 번번이 놓쳐 '새가슴'이란 불명예가 따라다녔다. 최나연은 그러나 지난해 9월 LPGA투어 첫 우승 이후 위기 때마다 두둑한 배짱을 과시했고, 올해까지 매년 2승을 수확하며 가속도를 붙였다. 올해는 특히 187만 달러를 벌어들여 상금여왕에 올랐다.
무엇보다 평균타수 1위(69.87타)의 일관성이 핵심이다. 평균퍼팅수 28.67개로 투어 공동 2위의 '컴퓨터 퍼팅'이 동력이 됐다. 그린적중률 역시 11위(70.4%)로 정교한 아이언 샷도 만만치 않다. 가는 몸매 때문에 작다는 생각이 들어도 168cm의 키에서 출발하는 드라이브 샷 평균비거리 공동 38위(252.4야드)의 무시 못할 파괴력도 곁들였다.
▲ 신지애, 지존의 뚝심으로= 아마추어시절에는 '최강자'로 군림했던 최나연이 떠난 뒤에야 빛을 발했다. 하지만 2006년 투어에 데뷔한 뒤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신지애는 그 해 3승에 '톱 10'을 놓친 건 단 한 차례에 불과한 '초특급루키'로서의 위력을 발휘했다. 2007년에는 19개 대회 중 절반이 넘는 10승을 '싹쓸이'하며 '지존'으로 우뚝 섰다.
신지애는 2008년에도 7승이라는 기록적인 승수를 보탠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신지애의 미국 도전도 '탄탄대로'였다. 신인왕과 상금왕 등을 휩쓸며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오초아가 은퇴한 뒤에는 곧바로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차세대 골프여제'로서의 위상을 정립했다.
신지애는 더욱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1승씩을 추가하며 '글로벌스타'로 도약했다. 기록면에서는 최나연에게 조금씩 뒤졌다. 평균퍼팅수는 28.84개로 6위, 평균타수는 70.25타로 5위다. 158cm의 단신으로 최대 취약점은 당연히 드라이브 샷이다. 공동 117위(237.6야드) 불과할 정도로 LPGA투어의 대표 '짤순이'다.
신지애의 강점은 그래도 늘 여유롭다는 점이다. 페어웨이를 안착률 1위(77%)를 앞세워 다른 선수들이 러프에서 허우적거릴 때 언제나 안전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있다. 내년 목표는 일단 '세계랭킹 1위 굳히기'다. 최나연의 자신감과 신지애의 여유로움이 '용호상박'의 시대를 열 전망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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