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빚을 많이 지면 손가락질 당할 일도 많아진다. 미국이 지금 그런 처지다. 국채 발행 상한 조정을 두고 ‘아마겟돈’(오바마 대통령)과 ‘헌법수정’(공화당)이 오고가는 정치판을 바라보면서 중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25일자 CNBC는 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리델 리서치의 데이빗 리델 대표는 “중국인들은 이건 완전히 미친 짓이고, 마치 학교 뒷마당에 아이들이 떼지어 날뛰고 있는 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베이징에서의 한 중국 고위관료와의 대화를 상기하면서 “그들은 우리(미국인)들이 정치적 공방 속에서 우리의 자산과 안전을 스스로 위태롭게 하는 것을 믿을 수 없어한다”면서, “관료들 뿐이 아니라 기업인들도 놀라워하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 국채의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미국 재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1조3000억 달러어치의 미국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점차로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중국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국가관리위원회에서 직접적으로 보유 외화의 다양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투자회사인 지나 벤쳐의 론 샤는 “이들에게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도박은 충격”이라며 “아시아의 신흥개발국에게는 미국채와 달러화의 안전성에 대한 실제적인 손실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켈리 캐피탈의 책임자인 브라이언 켈리는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면서,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를 보라, 투자가들이 몰리는 곳은 바로 그런 곳들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미국 국채에 대한 등급을 더블 A로 하향한 신용평가사 에건 존스사는 “정치적 공방의 결과로 미국의 트리플 A의 신화는 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곤궁을 마냥 남 얘기처럼 하고 있을 처지는 아니다. 미국 국채의 등급이 하향되고 달러화가 하락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 역시 막대한 달러표시 자산을 가진 중국이다. 미국이 국채를 추가발행해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져도 중국의 손해이고, 국채 발행이 가로막혀 디폴트가 되면 미국국채 증서를 무게로 달아서 팔아야 하는 것도 중국이다.
컨버지엑스 그룹의 니콜라스 콜라스는 “결국 중국은 자기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대로 된 투자자였다면 진작에 다른 곳에 그 돈을 투자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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