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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로 흥한 자 누구인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4분 38초

지금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한 주에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나 KBS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 2’처럼 누군가 하차해도 다른 이로 쉽게 그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 즉, 자연스럽게 많은 연예인이 출연하게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늘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전정신이나 재미만을 위해 출연하기에는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연예인들에게 오히려 엄청난 실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그들은 경쟁구도 안에서 다른 출연자들과 겨루며 자신의 실력이나 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 중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 2’, SBS <일요일이 좋다> ‘키스 앤 크라이’,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를 통해 가장 큰 수혜를 보거나 손해를 본 대표적인 참가자들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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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
CF의 왕좌까지 노리는 로큰롤의 왕


1993년 이후 방송출연을 거의 하지 않았던 임재범에게 지난 시간은 얼굴 없는 가수와 다름없었던 세월이라 할 수 있다. ‘너를 위해’와 ‘고해’ 등이 엄청나게 히트했지만 정작 임재범이라는 가수는 떠도는 풍문처럼 남아 실체 없이 전설로써만 회자되고 있었다. ‘나가수’는 그런 임재범에게 피를 돌고 살을 붙게 한 프로그램이다. ‘왕의 귀환’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돌아온 그는 ‘너를 위해’로 첫 출연부터 1위를 거머쥐었고, ‘여러분’을 통해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바로 여러분”이라는 가사로 청중평가단과 시청자들을 울렸다. 본인은 “제가 불렀다기보다는, 상상컨대 다른 존재가 저를 노래하게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그가 전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금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감히 범접하기 힘든 이미지였지만 윤도현을 ‘로큰롤 베이비’라 부르고 ‘로큰롤 대디’라는 애칭을 얻게 되면서, 강해보이는 인상 뒤에 가려진 은근한 귀여움마저 어필했다. 어쨌거나, 이제는 CF에서도 그를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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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 김동욱 ↓
잠 자는 하늘님이여, 지금 이 상황 조율 한 번 해주세요


‘미련한 사랑’, ‘그녈 위해’ 등 가슴을 울리는 보컬로 알려진 데다 tvN <오페라스타>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었던 JK 김동욱이기에, 그의 합류소식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제부터 진짜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나오도록 했다.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 중에서도 노래 잘하기로 알려진 그가 부른 ‘조율’은 뛰어난 곡 해석력과 가창력을 모두 보여준 감동적인 무대였다. 그러나 “이 소중한 무대에서 진심을 담은 노래를 여러분께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호흡을 놓치는 바람에 노래를 중단시킨 후 다시 불렀고, 이는 재도전 논란을 불러와 결국 자진하차로 이어졌다. 몸 한 번 제대로 풀어보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아쉽게 내려와야 했던 셈이다. 그가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대중들 앞에서 실력을 제대로 선보이며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기회는 놓쳤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얻은 것이 있다면 패러디 영상뿐이랄까. 하지만 그토록 빛나는 실력이 있는 한, 기회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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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 ↑
난 더 이상 수염 있고 웃긴 ‘비 닮은 애’가 아니에요


아는 사람만 알았다. 지오가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는지. 엠블랙의 메인보컬이긴 하지만 노래보다는 예능감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고, 그의 보컬이 빛을 볼 기회는 적었기에 ‘불후의 명곡 2’ 합류 소식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민해경, 양수경 등 여성보컬들의 노래를 부담스럽지 않은 창법과 센스 있는 무대매너로 소화하며 시청자들과 다른 출연자들에게 ‘노래 잘하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민해경은 “‘사랑은 이제 그만’은 굉장히 어려운 노랜데, 편안하게 아주 잘하신 것 같다”고 말했고, 김구라는 “마치 여섯 살 때부터 ‘사랑은 차가운 유혹’을 불렀던 것 같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씨스타의 효린 또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지오는 엠블랙 데뷔 전 겪은 어려움을 담담한 말투로 아무렇지 않은 듯 털어놓으며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지난 4일에는 첫 솔로곡 ‘내 꿈에서라도’를 발표하며 솔로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자축하는 의미에서, 처음 불렀던 ‘사랑은 이제 그만’ 무대를 다시 한 번 보여줄 수는 없을까. 아니 뭐, ‘엉덩이춤’ 때문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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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
상처뿐인 양손잡이 커밍아웃


지난 4월, 샤이니 종현은 보컬트레이너 10인이 뽑은 노래 잘하는 아이돌 3위에 올랐고, 샤이니의 ‘Electric Heart’를 작곡한 히치하이커는 “종현이는 52년형 펜더기타 같다. 목소리가 타고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갖춘 샤이니에서도 리드보컬을 맡고 있는 만큼 출연이 가장 기대되는 멤버였고, “‘불후의 명곡 2’에서 내 라이벌은 종현”이라는 아이유의 고백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러나 ‘왼손잡이’에서 “사실 난, 난, 난, 난 양손잡이야!!!”라고 고백해 보는 이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Lonely Night’의 고음 후렴구에서는 갑자기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해 어색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바람에 김구라가 “사실 그 부분은 하이라이트라 대중들이 따라 하기가 힘들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무대 위에서 하얗게 모두 불태운 만큼의 반응은 끌어내지 못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하차하게 되면서 이를 만회할 기회도 얻지 못했으니, 샤이니의 컴백만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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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고메즈 ↑
“대출은 썰뤄먼”은 잊어주세요


제시카 고메즈가 휴대폰 CF로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여신’이라 불렀다. 그러나 각종 광고 사진 및 영상에서 보정하기 전의 통통한 몸매가 드러나면서 한 번, 대출광고에 출연하며 또 한 번 그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했다. 사실 제시카 고메즈의 <댄싱 위드 더 스타> 합류소식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큰 이목을 끌진 못했지만, 그는 의외로 ‘인간 제시카 고메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중심에 우뚝 섰다. 자신을 보기 위해 호주에서 날아온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체중 논란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언급하며 “저도 제 색깔이 있고 의견도 있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고백했다. 더구나 파트너 박지우와 달달한 분위기에서 연습하더니, 왈츠에서는 심사위원인 발레리나 김주원으로부터 “두 분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고 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라는 극찬을 들으며 1위로 등극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것보다, 매주 매끈해지고 있는 허리라인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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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
댄스스포츠의 쓴 맛을 본 찡찡현아


“제가 현아 씨에게 기대치가 높은가 봐요.” 김주원이 말한 것처럼,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출연진이 공개됐을 때 가장 기대를 모은 주인공은 포미닛의 현아였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춤꾼으로 알려졌기에 댄스스포츠에서도 그만큼의 실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현아 본인에게도 무대 위에서의 ‘섹시 댄스’가 아닌, 다른 장르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솔로 앨범 발매와 활동으로 인한 바쁜 스케줄로 연습시간이 부족해지면서, 파트너 남기용과의 호흡뿐 아니라 자신의 테크닉조차 다듬지 못했다. 특히 탱고는 그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르인 듯 했지만, 연습이 너무 부족해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감독 황선우로부터 “자세랑 홀드부터 탱고가 아니었다. 음악만 탱고였고 무브먼트는 탱고가 아니었기 때문에 심사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최악의 평을 듣고 탈락했다. 결국 ‘댄싱퀸’ 등극과 ‘열심히 한다’는 평가 중 어떤 것도 얻지 못한 채 그의 도전은 끝나버렸다. ‘버블팝’ 무대에서는 부디 힘을 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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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
까칠해도 ‘엄청나게’ 잘하니까 괜찮아


KBS <출발! 드림팀> 높이뛰기 종목에서 195cm를 뛰어 역대 여자출연자 중 최고기록을 세웠다. SBS <일요일이 좋다> ‘키스 앤 크라이’ 출연 전부터 f(x) 크리스탈의 뛰어난 운동신경은 유명했지만, 아이스 스케이팅을 이렇게까지 잘해낼 줄은 몰랐다. 단독 경연에서 의자를 이용한 연기를 보여줘 김연아로부터 “혹시 선수제의를 한다면 하실 의향이 있으시냐”는 질문을, 파트너 이동훈과 함께 한 세 번째 경연에서는 고난도의 리프트 기술을 연달아 성공시켜 “아이스댄싱 선수라고 해도 믿을 만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최종성적 1위에 올랐다. 프로그램 초반 “기초가 너무 재미없다. 선생님이 잘 못 가르쳐주셔서 답답하다”고 말하며 까칠한 태도가 논란이 됐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이동훈의 다이어트 선생님을 자처하는 등 은근히 귀여운 모습마저 보여주면서 프로그램 최고의 기대주가 됐다. 까다롭게 구는 만큼 할 일은 그 이상 제대로 해내는 소녀라는 사실을 납득시킨 셈이다. 그러니까 “근데... 그게(제 몸의 선이) 예뻐요?”라고 반문하지는 말자. 거울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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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 ↓
사라진 여왕님의 당당함


손담비는 여왕이었다. 그가 댄싱퀸 혹은 섹시퀸이라 불렸던 결정적인 이유는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당당함’ 때문이었다. 타고난 춤꾼이 아니라 쉼 없는 연습 끝에 이룬 성과이긴 했으나, 어쨌든 기본기가 갖춰져 있으니 ‘키스 앤 크라이’에서도 ‘퀸’이 되는 건 당연히 손담비일 줄 알았다. 그러나 시작부터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요. 노력 안 하면 안 나오는 것도 알고.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더 발악하는 걸 수도 있어요”라며 눈물을 흘리고, 단독 경연 후에는 “인터넷 보니까 크리스탈 씨가 너무 화제가 돼 있어서 점점 위축됐다”고 밝혀 안쓰럽기까지 한 모습을 보였다. 다리 곳곳에 멍이 들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지만 경연에서는 매번 실수를 했고, 그런 손담비를 보며 김연아는 “잘하시고 열심히 하시는데 매번 긴장을 하세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지금 그는 여왕이 아니라 마음 여리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래서 다독여주고 싶은 한 ‘여성’이다. 물론 이런 모습도 좋지만, 자신감 넘치던 모습도 다시 보고 싶다. 중요한 건 애티튜드니까. 누가 뭐래도 손담비는 ‘업신여기는’ 표정의 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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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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