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 金' 박태환 "조만간 세계기록 깨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상대 보지 않고 경기 펼쳤다.”

박태환(단국대)이 자유형 400m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박태환은 24일 오후 7시 15분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1 FINA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04로 가장 먼저 결승점에 닿았다. 예선에서 남긴 3분46초74의 기록을 4초가량 앞당기며 세계 최고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당초 결승 전망은 다소 어두웠다. 앞서 열린 예선에서 3분46초74로 우사마 멜룰리(튀니지, 3분45초90) 등에 이어 조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7조 기록까지 비교한 결과에서 전체 순위는 7위. 결승행 티켓은 가까스로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태환은 물의 저항을 받기 쉬운 1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이 때문에 예선 뒤 국내는 물론 세계 언론으로부터 ‘작전 실패’, ‘컨디션 조절 난항’ 등 무수한 추측에 휘말렸다. 그럴 만도 했다. 1번 레인은 중간 레인의 선수들이 일으키는 물의 영향을 받기 쉽다. 수영장의 모서리에서 돌아오는 물결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박태환은 폭발적인 스퍼트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0.67초로 가장 빠른 출발반응 속도를 보였고 100m 지점까지 53.73으로 파울 비더만이 세운 세계신기록을 0.69초 앞당겼다. 물의 저항을 받을 틈은 없었다. 스스로 자신과의 싸움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는 금메달을 목에 건 비결이 됐다.

경기 뒤 박태환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활짝 웃었다.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1번 레인을 배정받고) 정말 아찔했다. 사실 4레인이 아닌 2, 3번 아니면 6번을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를 견제하기 쉽지 않은 위치였다. (우승 후보들이) 워낙 떨어져 있어 그들을 보지 않고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려준 마이클 볼 감독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대회를 앞두고 조금 불안했지만 볼 감독과 토드 던컨 코치가 계속 격려를 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재미있는 경기를 한다더니 정말 그렇게 했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다”라면서도 “나는 정말 아찔했다”고 한숨을 돌렸다.

박태환은 세계기록에 대한 미련도 함께 내비쳤다. “이 기록으로 세리머니를 펼치면 안 될 것 같다. 물론 농담이다”라며 “열심히 노력했는데 기록이 조금 아쉽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가까운 대회에서 반드시 세계기록을 깨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