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힘, 국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혹자는 경제력이라 하기도 하고 혹자는 자원이라고 하기도 한다. 국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물론 경제력과 자원 모두 필요하지만 가장 단순하면서도 절대적인 조건은 ‘국토와 인구’다. 이런 조건에서 보면 21세기 새로운 세계 최대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과거로부터 한국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지난한 역사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만 해도 중국 대륙의 힘 아래 조공을 바쳐야 했다. 한국이 국가 경제력 부분에서 중국의 우위에 선 것은 90년대 초반의 일이고 ‘우위’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도 ‘국민총소득’이나 ‘삶의 질’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었을 뿐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국력’차원의 우위는 아직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한국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중국에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취하게 됐다. 전략적 무기는 바로 ‘기술력’이다. 한국은 80년대부터 기술집약적 국가 발전 전략을 세웠다. 수입한 자원과 재료를 가공하고 다시 수출하는 재가공 사업부터 컴퓨터, 최첨단 IT산업까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국가 선진화를 위해 범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해왔다.
국가발전전략은 90년대 중반부터 빛을 발해, 한국은 세계적인 기술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이에 반해 뒤늦게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인 중국은 적극적인 기술 투자의 부족으로 한국보다 한 발짝 뒤처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기술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미국과 같은 기술 선진국 조차 위협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기술에 대한 투자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풍부한 인적자원과 다양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의 약진에 대비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꾸준한 기술 개발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중국보다 한 발 앞서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한 3D전문기업이 중국의 3대 전자, 통신 기업 T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3D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제휴를 맺은 중국의 T사는 유럽 유수의 통신사를 인수해 운영하고 상당한 수준의 중국 내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차후 개발 예정인 3D제품들에 적용되는 3D입체영상 원천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3D전문기업에 손을 내민 것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토종 3D기술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우위 전략은 명백하다. 국토와 인구와 같이 추월할 수 없는 태생적 조건이 아닌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기술력’의 선점이 바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가전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3D 기술력을 제공한 국내 중소기업처럼 그들보다 한 발짝 앞선 기술력의 선점으로 중국보다 더 나은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3D기술처럼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부분에 대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으로 중국이 더 이상 넘볼 수 없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대한 범국가적 지원책 또한 더욱 활성화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태섭 케이디씨그룹 회장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코리아맨파워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03년부터 케이디씨정보통신 대표이사 회장을 지내고 있으며 아이스테이션 대표이사 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 IT이노베이션 대상, 2011년 문화체육부 3D산업부분 공로상을 수상,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제 4이동통신 사업 참여를 선언,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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