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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동의없는 전보조치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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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근로자의 동의 없이 기업이 임의로 근무내용을 변경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곽종훈 부장판사)는 국내 유명 테마파크 등에서 조리사로 20여년간 근무하다 돌연 상품 판매 업무를 맡게 된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14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보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에 속하기 위해서는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을 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신의의 원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20여년간 줄곧 조리업무만 맡아온 A씨에게 상품판매 등 전혀 다른 내용의 근무를 명하려면 근무내용 변경에 관한 협의를 하는 등 원고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컸다고 보이는데도 설문조사만을 실시하였을 뿐 당초 계획된 면담조차 실시하지 않아 원고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회사가 근무내용을 변경하는 전보 또는 전직명령을 하려면 원고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보직 이동 희망에 관한 설문에 답변하지 않는 등 A씨의 의사에 반해 취해진 전보 조치가 인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시에 "입사 이래 줄곧 조리업무만을 맡아온 A씨의 근무내용을 변경한 조치가 회사 업무의 능률이 증진된다거나 A씨의 능력개발과 근로의욕 고양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의 필요성도 부정했다.


지난 1988년 8월 시내 모 유명호텔의 식음료 부서에 채용된 A씨는 이후 국내 유명 실내 테마파크에서 조리 업무를 맡아오다 2009년 5월 업무효율 개선을 이유로 상품 판매팀으로 전보되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각각 '호텔 측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심 재판부도 "계약 당시 직종을 특정해 채용했다고 볼 수 없고, 설문조사를 통해 근로자의 의사를 나름대로 파악했다고 본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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