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돼지'가 물가 안정에 분주한 중국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안을 내놓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정부가 내놓은 돼지고기 가격 안정 대책은 사육 돼지두수를 늘려 돼지고기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3일 대규모로 돼지를 키우는 양돈농가에 25억위안(3억85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일반 양돈농가에는 이와는 별도로 암컷 돼지 1마리당 100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양돈농가 지원이 식품물가 상승 주범인 돼지고기 가격 하향 안정세를 이끄는 효과를 낼까.
중국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가격 등락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조금 지원이 돼지 사육두수 증가로 이어질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BOA-메릴린치의 루 팅 이코노미스트는 "돼지고기 가격이 7월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보뱅크의 판 천준 애널리스트는 "돼지고기 가격은 아주 조금 떨어지는데 그칠 것"이라며 "그렇다고 가격이 추가로 계속 상승할 가능성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2010년 3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는 1kg당 23.61위안의 사상 최고 가격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57% 올랐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최근 가팔라진 중국 내 물가상승률(6월 6.4%)의 주범이 돼지라고 지목했을 정도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의 상승은 소득수준이 높아진 중국의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상품시장에서 돼지 사료로 활용되는 옥수수 가격이 높아지면서 돼지를 기르는데 필요한 비용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 돼지고기 공급을 자급자족 하기에 힘겨워지자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올해 미국산 돼지고기가 홍콩과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전년 대비 14%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는 중국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저장성 소재 선물 중개업체 저상 퓨처스의 쉬원제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돼지고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다"며 "매우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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