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툴불퉁한 페어웨이에 항아리벙커로 무장한 전형적인 링크스코스, 여기에 강한 해풍까지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그야말로 '대자연과의 싸움'이다.
오늘 오후부터 올해로 151년째, 횟수로는 140번째를 맞는 브리티시오픈(총상금 500만 파운드)이 열리는 '격전지'는 잉글랜드 켄트주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장(파70ㆍ7211야드)이다. 파70이지만 웬만한 파72코스에 버금가는 7211야드의 긴 전장에 해안가 특유의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해풍까지 가세하면 선수들은 일단 클럽 선택부터 녹록지 않다.
현지 기상대는 실제 이번 대회 기간 비와 강풍을 예고해 벌써부터 선수들을 압박하고 있다. 전형적인 링크스코스답게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종잡을 수 없는 강풍이 가장 변수다. 필 미켈슨(미국)은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11번홀(파3ㆍ243야드)에서는 드라이브 샷으로도 '온 그린'이 안됐고, 17번홀(파4ㆍ426야드)에서는 380야드나 날아갔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물론 사람 키 높이의 깊은 항아리벙커와 질긴 러프가 기다리고 있다. 오죽하면 2003년 대회 당시 전성기였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조차 "코스가 너무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을까. 우즈는 첫날 1번홀(파4)부터 티 샷이 로스트(분실구) 처리되면서 트리플보기를 범했고, 이후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고서도 1오버파 285타를 치며 공동 4위에 머물렀다.
벤 커티스(미국)의 우승스코어도 1언더파 283타에 불과했고, 평균스코어는 74.802타로 그 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코스 가운데 가장 어려웠다. 그대로 그때는 파71에 전장이 7106야드였다. 올해는 100야드나 길이가 늘어나면서도 파는 오히려 70으로 줄었다.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이 됐다.
첫홀부터 마지막 18번홀까지 단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홀들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백미는 4번홀(파4ㆍ495야드)다. 8년 전에 비해 고작 2야드가 줄었지만 파5가 파4로 조정돼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채비를 마쳤다. 페어웨이 오른쪽에는 특히 깊이 15m의 엄청난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11번홀은 243야드의 전장에 그린 주위를 무려 5개의 벙커가 엄호하고 있어 '치명타'를 얻어맞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메이저 2연승'에 도전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세계랭킹 1, 2위 루크 도널드와 리 웨스트우드(이상 잉글랜드) 등 링크스코스에 익숙한 유럽의 우세를 전망하는 까닭이다. 매킬로이 역시 "US오픈 이후 충분히 쉬면서 체력을 비축했다"면서 자신있게 스타트라인에 섰다. 국내 팬들은 "어려운 조건이지만 누구에게나 우승 기회는 있다"는 최경주(41ㆍSK텔레콤)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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