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럽 재정적자 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헤지펀드들이 지난달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매도 포지션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최근 9년여 간 최고로 치솟아 이같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9일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5.27%를 기록했다. 유럽 채권시장 벤치마크(기준)인 독일 10년만기 국채(분트)와의 격차도 사상최대치인 24.4%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이 긴축재정 프로그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FT는 보통 국채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서는 것은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사는 것보다 더 위험한 투자로 간주되지만 이탈리아 채권시장은 유동성이 상당한데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로 CDS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성이 크게 부각된 것이 이같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지금까지 발행한 국채 물량은 올해 총 발행 예정량의 절반도 채 안되며 향후 5년간 만기 채무가 9000억 유로에 이르는 것도 이탈리아 위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게리 젠킨스 이볼루션증권 채권부문연구책임자는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오른 것에는 기술적 원인과 경제 펀더멘털의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수익률이 정점에 오르는 시점이 곧 투자의 종점이 될 것이며 이는 이탈리아 위기 고조로 유럽연합의 개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11일 이탈리아 증권감독위원회(CONSOB)가 주식시장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자들에게 숏포지션 공개 명령을 내렸으며 기간은 11일부터 9월9일까지라고 보도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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