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소속 공무원들이 연구개발(R&D) 분야 국가예산을 자신들의 해외유학 비용으로 과다하게 사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지원대상자 사전 내정 후 요식적 선발, 허위 영수증 제출, 학비 이외 개인적 용도로의 지원금 전용 등 갖은 부정행위도 저질렀다.
이는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국가 R&D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이에 따르면 지경부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을 주관기관으로 내세워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국제기술인력 양성사업'을 벌였다. 지경부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기술기반 분야에서 25명을 선발해 유학비용을 지원했는데, 그 가운데 17명이 지경부 직원이었다. 이들은 선발 절차가 진행되기 6개월 전 지원대상자로 내정됐음을 통보받은 뒤 요식 절차에 불과한 심사를 거쳐 선발됐다. 유학 중에는 수강신청을 일부러 많이 하고 그 내용을 알려 학비를 송금받은 뒤 수강신청의 일부를 취소하고 등록금을 환불받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등 불법부당한 짓까지 저질렀다.
이런 사실은 국가 R&D 사업 관련 연구기관들을 지도ㆍ감독할 책임이 있는 중앙부서가 앞장서서 R&D 분야 국가예산을 입맛대로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개탄스럽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인건비 과다 청구 등으로 국가예산 낭비를 초래한 15개 연구기관의 부당행위도 적발됐지만, 그 모든 것을 다 합쳐도 중앙부서인 지경부의 부정행위를 능가한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일이 여전히 벌어지는가. 과거 개발연대에 해외 원조자금이나 국가예산을 가지고 중앙부서 관료들이 돌아가며 해외유학을 떠나던 관행이 잔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경부뿐 아니라 다른 중앙부서 곳곳에서도 이런 일이 저질러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부서 관료들이 해외유학을 통해 경험과 학식을 쌓는 것이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고로 지원되는 관료의 해외유학은 타당한 근거와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 입신양명과 출세를 위한 해외유학을 지원하는 데 국고가 낭비돼서는 안 된다. 감사원은 중앙부서 전체를 대상으로 이런 빗나간 관행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감사를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