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건강보험료와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지출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저소득층의 사회보험료 부담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사회보험이 오히려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어제 올 1ㆍ4분기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의 사회보험료 지출이 월평균 3만9332원으로 월평균 총 소득(110만6259원)의 3.56%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다. 특히 2분위 가구 2.67%, 3분위 가구 2.63%, 4분위 가구 2.49%, 5분위 가구 2.20%로 소득이 낮을수록 사회보험료 지출 비중이 컸다. 소득 역진구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보다 사회보험료가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8년간 1분위 가구의 소득은 39.7%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사회보험료는 74.8%로 증가 폭이 두 배 가까웠다. 하지만 고소득층은 그 반대다. 경기회복으로 소득은 늘었는데 보험료 상한선은 그대로여서 보험료 부담이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사회보험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상황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게다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사각지대도 큰 문제다. 현재 4대 보험 미가입 근로자가 382만여명에 달하고 영세 자영업자도 280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요즘 반값 등록금이니 선심성 복지정책이 난무하고 있다. 일의 순서를 따진다면 빈곤층, 서민층의 삶에 눈을 돌리는 게 먼저다. 앞으로 더 큰 공적부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전에 지금 당장 저소득층의 사회보험료 감면 등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사회보험료 부과체계가 소득 수준별 부담능력이나 형평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달부터 건강보험료 상한선을 올린 것처럼 누진제를 강화하는 등 사회보험 부과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