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개인적 친분, 전관예우, 증권사 길들이기 등을 이유로 평가등급을 조작해 부당하게 거래증권사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감사원이 공개한 '국민연금 자산운용 및 제도운영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분기별로 거래증권사를 평가해 주식거래 물량을 차등 배정하면서 평가등급을 임의로 변경해 특정 증권사에 분기당 최대 7억여원의 수수료 수익 특혜를 줬다.
A팀장은 2008년 12월 이듬해 1·4분기 거래증권사 선정평가를 하면서 B증권사와 C증권중개사의 평가등급을 올리기 위해 정성(定性)평가 점수를 조작했다.
A팀장은 B사와 C사의 정성평가 점수를 각각 7.97점에서 10점, 8.11점에서 10점으로 올려 평가등급을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상승시켰다. 대신 경쟁사의 정성평가 점수를 10점에서 7.25점, 또는 9.19점에서 3.25점으로 각각 내려 반대로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떨어뜨렸다. A팀장은 B사와 C사의 영업담당자들과 친분이 깊은 대학 동문 관계였다.
B사와 C사는 각각 1020억원과 959억원의 물량을 배정받아 각각 2억5500만원과 2억4000만원의 수수료 이익을 챙겼다. 반면 등급이 하락한 경쟁사는 수수료 수익 2억5100만원을 잃었다.
A팀장은 특정사 영업팀 담당자의 승진을 지원하는 명목으로 평가등급을 올려줬고, 반대로 다른 담당자가 업무를 맡은 지 1년이 지나도록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점수를 주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예우 차원에서 평가등급을 올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6월 3·4분기 거래증권사 선정 평가를 하면서 공단 퇴직 직원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 관계사인 D사의 평가등급을 올려주고, 또 다른 퇴직 간부가 임원으로 근무중인 회사에 대해서는 A등급을 줬다.
더욱이 청풍리조트 이용권을 증권사에 강매한 사실을 국회에 제보한 증권사가 탈락하도록 평가결과를 꾸미기도 했다.
증권사 평가점수 조작을 위해 각 팀원의 정성평가 점수를 미리 정해놓고 팀원이 직접 정성평가를 실시한 것처럼 허위 보고하기도 했다. 2008년 2·4분기와 4·4분기 직전에 퇴직한 전임이 증권사를 평가한 것처럼 평가자로 허위 기재한 증빙서류를 만들기도 했다.
감사원은 A팀장과 이를 방조한 다른 두 간부에 대해 각각 해임과 징계를 공단측에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주문체결 업무와 투자관련 조사분석자료 등을 제공받기 위해 주식 34곳, 채권 66곳 등 총 100곳과 거래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들 증권사에 189조1668억원을 배정해 연간 수수료 471억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또 국민연금이 자산관리 위탁계약을 맺으면서 수수료를 많게는 67억원을 더 지급하거나, 거래증권사로부터 단체워크숍 행사비용의 일부를 제공받은 사실을 적발해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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