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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변진수, 1173구 뒤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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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변진수, 1173구 뒤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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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는 특별하다. 신생구단 엔씨소프트의 합류로 9개 구단이 지명에 나선다. 지난해 78명보다 더 많은 호명이 예상된다. 8월 25일 신세계행 티켓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스카우트들이 주시하는 그들을 미리 만나본다.

① 노성호, 아마추어 최고 구속을 자랑하는 왼손 투수
② 나성범, 메이저리그를 홀린 특급 왼손 투수
③ 김원중, 미래가 더 기대되는 오른손 투수
④ 이민호, ‘컨트롤 마법사’ 꿈꾸는 오른손 투수
⑤ 이현동, 아마추어 최고의 팔방미인
⑥ 한현희, ‘뱀 직구’ 뿌리는 사이드암 투수


⑦ 변진수, 황금사자기를 달군 사이드암 투수

생년월일 : 1993년 4월 1일
체격조건 : 181cm, 80kg / 우투우타
학력 : 창원 사파초교, 충암중, 충암고


지난달 6일 잠실구장. 변진수(충암고)는 그라운드의 별로 떠올랐다.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광주일고와의 결승에 선발로 나서 9이닝을 7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호투에 힘입어 충암고는 6-1로 승리,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완투승을 거둔 변진수는 MVP와 우수투수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꽃가루가 가라앉기도 전에 그는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열린 4경기에서의 잇따른 완투가 문제로 불거졌다. 가장 지적받은 건 제물포고와의 8강부터 결승까지 3경기. 3일 동안 무려 362개의 공을 던졌다. 이영복 충암고 감독은 “본인의 의지가 강해 믿고 맡겼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변진수의 속내는 어떠할까.


[스카우트]변진수, 1173구 뒤에 숨겨진 비밀


“지난해 실전 등판 경험이 거의 없었다. 어깨는 싱싱하다. 조금이라도 통증을 느꼈다면 먼저 교체를 요청했을 것이다. 많은 투구는 지난 동계훈련에서 몸을 만든 덕에 가능했다. 문성현(넥센) 선배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고 한 것이 통했다.”


문성현은 그의 고교 2년 선배이자 첫 롤 모델이다. 2009년 같은 대회에서 모교를 19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MVP를 수상한 그는 현재 넥센의 붙박이 선발로 활약한다. 문성현 역시 혹사 논란을 거쳤다. 2009년 국내대회에서 총 64이닝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984개였다. 변진수는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반기에만 84.2이닝을 책임졌다. 이는 프로선수의 평균 흐름 이상이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5일까지 같은 양을 소화했다. 그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리그 내 11명밖에 없다. 하지만 변진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각의 우려를 십분 이해한다.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차다. 일본은 고교리그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프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프로를 먼저 보고 고교리그를 접한다. 혹사 문제가 더 불거질 수밖에 없다.”


1,173의 공을 던지고도 그는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잇따른 투구에도 지치지 않는 건 훌륭한 유연성을 갖춘 덕분”이라고 평했다. 그는 “직구 구속은 다소 느리지만 정확한 제구로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변진수는 동계훈련 내내 제구를 잡는데 주력했다. 그는 “투수는 연습한 만큼 제구가 나오게 돼 있다”며 “남들이 공을 20번 뿌릴 때 200번 던졌다”고 밝혔다. 유연성은 타고났다. 창원 사파초등학교 시절 단거리 육상선수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변진수는 “100m를 11초대에 주파한다”며 “달리기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스카우트]변진수, 1173구 뒤에 숨겨진 비밀


급성장의 원동력은 하나 더 있다. 절실함이다. 그는 최근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상보다 현실에 더 가까워지기로 했다. 야구공을 잡은 건 박찬호(오릭스) 때문이었다. 2001년 메이저리그 텍사스 구단과 5년간 6천5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는 모습을 보고 글러브에 인생을 걸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목표는 바뀌었다. 어머니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다. 변진수는 “이른 새벽부터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니를 보며 스스로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쩌면 어머니에게 진 빚을 갚고 싶어 마운드에서 끝까지 버텼던 것 같다.”


다음은 변진수와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변진수(이하 변) 야수들이 잘해준 덕이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무실점 경기가 한 차례도 없었다. 무자책점 경기만 두 번 있었다.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했다면 승리는 불가능했다.


스투 4경기 연속 완투를 뽐냈는데.


동급생 투수들에게 미안했다. 경기 뒤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아직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통해 진심을 전하고 싶다. 솔직히 마운드 위에서는 잘 몰랐다. 승부에 집중하기 바빠 대회가 끝난 뒤에야 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투 대회 뒤 많은 투구로 혹사 논란에 시달렸는데.


‘아프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연락이 뜸했던 사파초교 친구들까지 전화를 걸어와 걱정해주더라. 아픈 부위는 한 곳도 없다. 체중만 3kg가량 줄었다. 그것도 무리한 투구 탓은 아니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식사량을 줄인 영향이 더 크다.


스투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타자들과 주로 어떻게 승부를 벌였나.


슬라이더와 직구 위주로 던졌다. 한 번씩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았고. 주말리그 예선 때 뿌린 스플리터는 던지지 않았다. 아직 마음에 들 정도가 아니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스카우트]변진수, 1173구 뒤에 숨겨진 비밀


스투 슬라이더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던데.


코너워크에 자신이 있다. 구속은 130km대지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유용하게 사용한다.


스투 직구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다.


평균 136km~138km 정도를 꾸준하게 던진다. 최고 구속은 143km고. 구속에 대한 미련은 없다. 공이 빠르다고 타자를 잘 요리하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 승부를 벌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투 언제부터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됐나.


충암고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스캇 보라스가 운영하는 에이전시사 ‘보라스 컴퍼니’에서 학교를 찾아와 강의한 적이 있다. 그들은 스카우트들이 투수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요소로 ‘타자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손꼽았다. 구속도 중요하지만 타자를 요리하는 방법에 더 신경을 쓰라고 조언했다. 그 뒤부터 제구를 가다듬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스투 이전에는 삼진에 집착하는 편이었나.


그렇다. 하지만 강의를 들은 뒤로 투구 스타일을 바꿨다. 이영복 감독도 응원해줬다. 늘 ‘삼진을 많이 잡는다고 타자를 잘 처리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투구에 힘을 빼니 확실히 마운드에서 오래 버티게 됐다. 이전에는 볼을 내리 세 개 던지고 안타를 얻어맞아 투구 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지금은 타자를 최대한 멀리 보려고 한다. 낮게 던지며 타이밍을 가져올 기회를 노린다.


[스카우트]변진수, 1173구 뒤에 숨겨진 비밀


스투 타이밍을 가져오는 비법을 공개해줄 수 있나.


템포에 변화를 준다. 강약 조절을 통해 타자가 내게 끌려오도록 만든다. 강한 타자가 나오면 여유로운 승부를 펼친다. 다양한 변화구로 비교적 안전하게 던진다. 이 같은 방법을 택하는 건 무대가 고교야구이기 때문이다. 까딱 잘못하면 다음 경기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 안전하게 가려고 한다. 프로무대에서는 패턴은 바꿀 것이다.


스투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고의사구를 내준 적도 있나.


한 차례 있었다. 야탑고와 4강전에서 최근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에 입단한 김성민과의 대결을 애써 피했다. 아마 그 친구는 고의사구였는지 모를 것이다.


스투 왜 그러한가.


발을 빼지 않고 정상적으로 던졌다. 포수도 여느 때처럼 앉은 채로 공을 받았고. 릴리스 포인트 유지를 위해서였다. 김성근 SK 감독의 인터뷰를 읽다 ‘고의사구를 포수에게 하프 피칭하듯 전달하면 릴리스 포인트를 잃기 쉽다’는 문구를 본 뒤로 그렇게 던지기 시작했다.


스투 팀 동료들이나 코칭스태프가 제구 난조를 겪는 줄 착각할 수도 있겠다.


안 그래도 이영복 감독이 바로 마운드로 올라왔다.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했더니 칭찬을 했다. 자신이 올라와 상대의 흐름까지 뺏었다며 어깨를 두들겼다(웃음).


스투 따로 야구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나.


이영복 감독과 코치진 외에는 없다. (잠시 말을 멈춘 뒤)충암고 1학년 때 문성현 선배가 자세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줬다. 어떤 마인드로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하는지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프로야구 경기 뒤 방송되는 수훈선수 인터뷰도 꼭 챙겨본다. 선수들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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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몸은 어떻게 관리하나.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소화한다. 특히 단거리를 자주 뛴다. 학교 뒤 위치한 백년산의 오르막길과 계단 등을 여러 차례 오르내린다.


스투 창원 사파초교 시절 주목받는 단거리 육상 선수였는데.


주로 100m,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에 나섰다. 성적이 나쁘지 않아 운동신경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5학년 여름방학 때 한 차례 사고를 당했다. 높이뛰기 훈련을 하다 발이 봉에 걸리면서 매트 밖으로 추락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허리를 조금 다쳤다.


스투 그래서 야구로 종목을 바꾼 건가.


아니다. 축구하는 모습을 본 장군길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입단을 제안받았다. 달리기가 빨라 친구들 속에서 튀었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야구부 합류를 반대했다. 공부를 해서 집안을 일으키길 더 바랐다. 가까스로 승낙을 받은 건 장군길 감독의 계속된 노력 덕이었다. 직접 집을 방문해 어머니 앞에서 훌륭한 선수로 키우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스투 처음 맡은 포지션은 무엇이었나.


좌익수다. 신월중학교 진학 뒤에는 유격수를 맡았다. 사이드암 투수가 된 건 이 때문이다. 내야 수비를 하며 공을 옆으로 던지다보니 버릇이 되어버렸다. 오버 스로우보다 구속도 더 빠르게 나왔고.


스투 롤 모델이 있다면.


임창용(야쿠르트)이다. 투구 시 하체를 자세하게 관찰한다. 킥과 그 뒤 연결동작을 눈여겨보는데 최근 근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스카우트]변진수, 1173구 뒤에 숨겨진 비밀


스투 창원 신월중학교 2학년 때 서울 충암중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복잡한 사정으로 야구단을 떠나게 됐다. 새 환경에 부딪혔지만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했다. 훈련 방법만 바뀌었을 뿐,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스투 서울과 경남의 훈련 분위기에서 차이를 느꼈을 것 같은데.


지방의 친구들은 잘 뭉쳐 다닌다. 훈련 뒤에도 따로 모여 연습을 한다. 하교 때도 늘 함께 붙어다니고. 그에 비하면 서울은 무척 자유롭다. 훈련이 끝나면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연습도 각자 따로 한다. 처음에는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스투 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가 얼마 남지 않았다. 프로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는다면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팬들이 현역 은퇴 뒤에도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다닐 만큼 상징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 보직은 개의치 않는다. 주어진 자리에서 그저 최선을 다 하는 투수가 될 것이다.


스투 드래프트 전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 셈인가.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니 이제는 나 자신을 재정비하겠다. 구속을 조금 늘리고 변화구 등을 연마해 상위 지명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면 최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가졌던 믿음을 잃지 않도록 애쓰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사진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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