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는 특별하다. 신생구단 엔씨소프트의 합류로 9개 구단이 지명에 나선다. 지난해 78명보다 더 많은 호명이 예상된다. 8월 25일 신세계행 티켓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스카우트들이 주시하는 그들을 미리 만나본다.
① 노성호, 아마추어 최고 구속을 자랑하는 왼손 투수
② 나성범, 메이저리그를 홀린 특급 왼손 투수
③ 김원중, 미래가 더 기대되는 오른손 투수
④ 이민호, ‘컨트롤 마법사’ 꿈꾸는 오른손 투수
생년월일 : 1993년 8월 11일
체격조건 : 185cm, 84kg / 우투우타
학력 : 부산 수영초교, 부산중, 부산고
흔히들 마운드 위의 투수를 외롭다고 한다. 타자와의 고독한 승부 탓이다. 이민호의 생각은 다르다. “야수들이 있어 늘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긴 습관 하나. 삼진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땅볼과 뜬공 유도에 더 주력한다.
그 결과물은 훌륭했다. 지난해 화랑대기고교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팀을 3년 만에 챔피언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그해 무등기고교대회 우승팀 북일고와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 9이닝 9피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볼넷은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이민호는 호투 비결로 1년 후배인 포수 이경재를 손꼽았다. “많은 대화를 통해 믿음을 쌓아 믿고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최고 구속은 143km. 이마저도 그는 야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탄탄한 수비 덕에 타자와 승부에 더 집중했다”고 했다.
연출된 겸손이 아니다. 동료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선수는 “늘 싱글벙글한 얼굴로 팀원들의 긴장을 풀어준다”고 했다. 다른 선수는 “경기 중 실책을 저지른 적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다독여줬다”고 했다. 스승인 김백만 투수코치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본성이 참하다”며 “독해야만 야구를 잘할 수 있다는 관념을 깰 재목”이라고 평했다.
이하 이민호와 인터뷰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지난해 북일고와의 화랑대기고교대회 결승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이민호(이하 이) 야수들의 호수비로 위기를 잘 넘긴 덕이다. 우승보다 팀이 하나가 된 것 같아 더 기뻤다.
스투 당시 위기 상황에서 강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이 1년 후배인 포수 (이)경재를 믿고 던졌을 뿐이다. 주자의 도루 등을 많이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든 포수와의 호흡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해결된다고 믿는다.
스투 포수와의 원활한 호흡을 위해 따로 노력을 기울이나.
이 대화를 많이 한다. 상대를 읽어야 좋은 결과도 나오는 법이니까. 경재와는 형제처럼 지낸다. 지난해 화랑대기 우승 때도 그랬다. 매번 힘을 실어주니 나중에는 ‘도루는 제가 다 잡아낼게요’라고 장담까지 하더라(웃음).
스투 그래서 상대 도루를 몇 번 저지했나.
이 두 번 잡아냈다. 당시 충격 때문인지 올해 원래 포지션인 투수로 돌아왔다. 포구 때 손이 아플까봐 포수 글러브까지 새로 사줬는데(웃음).
스투 지난해 화랑대기가 처음 맛본 전국대회 우승이었다.
이 마지막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2-1로 앞선 9회 2사 3루의 위기를 맞았는데 상대 2번 타자 김인태를 풀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 처리했다. 순간 정신이 혼미했다. 2초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스투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다면.
이 부모님이다. 경기 뒤 ‘고생이 많았다’고 칭찬했다. 만남은 무척 짧았다. 바로 봉황대기 대회 준비를 위해 서울행 버스에 오른 까닭이다. (잠시 말을 멈춘 뒤)김백만 투수코치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독려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무섭지만 가장 따뜻한 선생님이다.
스투 허벅지가 무척 두껍다. 평소 하체 훈련에 신경을 많이 기울이나.
이 남들보다 러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학교 뒤 402m 높이의 구봉산이 있다. 그 허리를 둘러싼 산복도로를 자주 뛴다. 가파른 오르막을 달리다 보니 자연스레 하체가 탄탄해졌다. 학교운동장에서 단거리 연습도 빼놓지 않고 소화한다.
스투 김백만 투수코치로부터 ‘운동기구 등을 이용한 인위적인 트레이닝을 멀리 한다’고 들었다.
이 그렇다. 기계를 이용하지 않는다. 김백만 코치의 교육 철학이다. 그나마 사용하는 게 튜빙 정도다. 모자란 부분은 다른 보강운동으로 메운다.
스투 훈련에 조언을 해주는 사람을 한 명 더 꼽는다면.
이 2년 선배 김대유(넥센)다. 마운드 운영 등의 팁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최근에도 ‘실전에서 평소 기량만 발휘해’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다.
스투 처음부터 정통파 투수였나.
이 그렇다. 부산 수영초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첫 투구 폼은 언더스로였다. 허리, 팔 등이 아파 오버스로로 바꿨다. 몸에 잘 맞는 것 같다.
스투 언더스로를 시도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이 주위에서 팔이 유연하다며 적극 추천했다. 하지만 맞는 옷이 아니었다.
스투 언제부터 투수에 전념했나.
이 부산중학교 입학 때부터다. 2학년 때 3루수를 잠시 맡았지만 부산고 진학 뒤로 투수 글러브만 꼈다. 타격에 소질이 없었나보다(웃음).
스투 또래 투수들과 달리 맞춰 잡는 피칭을 구사한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이 욕심을 내지 않을 뿐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폼도 망가지고 체력도 금세 소진될 수 있으니까. 물론 예외도 있다. 타자가 유도한 볼을 치지 않을 때다. 바로 스트라이크를 던져 승부를 낸다.
스투 땅볼 유도를 위해 던지는 변화구가 있다면.
이 서클 체인지업이다. 가장 자신 있는 공이다. 지난해 5월 처음 배웠는데 몸에 잘 맞는다. 제구도 잘 되고. 공이 타자 무릎에서 발목까지 떨어지는데 그 각이 나쁘지 않다.
스투 그 밖의 다른 변화구로는 무엇이 있나.
이 슬라이더, 커브 등을 던진다. 슬라이더는 부산중학교에서 익혔다. 가끔 실투로 연결되지만 믿고 뿌린다. 전체 투구에서 20% 정도를 차지한다.
스투 따로 변화구를 익히는 노하우가 있나.
이 잠에 들기 전 머릿속으로 그립을 쥐고 던지는 폼을 상상한다. 아침에 일어나 연습을 할 때 전날 그린 투구의 잔상을 떠올린다. 그걸 토대로 테스트를 하며 내 것으로 만든다.
스투 직구 구속은 얼마나 나오나.
이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하게 넣는 건 145km, 그렇지 않은 건 148km다. 구속 증강을 위해 따로 힘을 쏟진 않는다. 부상을 당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욕심은 있다. 하지만 프로에 가서 시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투 롤 모델이 있다면.
이 손민한(롯데)이다. 투구 스타일이 비슷하다. 경기 운영능력을 더 배워야겠지만.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스투 야구 경기를 자주 보나.
이 TV를 통해 많이 본다. 투수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중점적으로 체크한다. 최근 유심히 관찰하는 투수는 윤석민(KIA)이다.
스투 야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 초등학교 때 클럽활동을 하며 처음 접했다. 실력이 빼어나다는 말에 야구부가 있는 수영초교로 전학을 갔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로를 꿈꿨다.
스투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
이 아버지는 찬성했지만 어머니의 만류가 거셌다. 육상선수 출신이라 운동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은 끝에 겨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포기’라는 단어를 한 번만 꺼내도 운동을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스투 그간 부상을 입지 않았다. 관리의 비결이 궁금하다.
이 보강운동을 열심히 했다. 마운드에서 무리하지도 않았고. 원래 성격이 조심스러운 편이다. 유연한 팔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스투 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앞뒀다. 최대 라이벌로 꼽는 선수가 있다면.
이 한현희(경남고)다. 이전부터 서로 라이벌로 여겼다. 경쟁자지만 친하게 지낸다. 구속이 누가 더 많이 나오는지 농담도 하고. 사실 욕심은 없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가 내겐 더 중요하니까.
스투 프로에서도 당연히 선발을 꿈꾸겠다.
이 그렇다. 확실한 컨트롤을 지닌 투수로 거듭나고 싶다. 랜디 존슨과 같은 강속구 투수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닝이터(inning eater)야말로 팀에 더 많은 도움을 전달하지 않을까. 그 꿈을 위해 차근차근 공부하고 있다. 다시 채워나간다는 생각으로 미래를 위해 전진하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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