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한다며 용기모양 바꿔···'리필가능' 말뿐인 셈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직장인 박지현(가명·29)씨는 최근 아모레퍼시픽 헤라의 리필형 파우더 팩트를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케이스가 바뀐 것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사각이었던 리필케이스가 둥글게 바뀌면서 기존 케이스로는 리필 제품을 쓸 수 없게 된 것. 박씨는 “얼마 전에 새로 산 제품인데 그새 용기 모양이 바뀌었다”면서 “화장품 용기를 너무 자주 바꾸는 것 같다. 가격도 1만5000원이나 올랐다”고 토로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제품 업그레이드라는 명목으로 자주 용기를 교체하면서 그 비용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눈총을 사고 있다. 리필형 제품들마저 용량이나 모양 등을 자주 바꿔 리필 상품 운영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랑콤, 바비브라운, 시슬리 등 수입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는 리필 상품 판매가 제대로 이뤄져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샤넬, 맥, RMK 등 대부분의 브랜드가 리필 제품(4만원대)과 용기(1만원대)를 따로 판매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반면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용기만 따로 판매하지 않을 뿐더러 업그레이드 명목으로 용기 교체가 잦은 편이다. 헤라는 리필형 제품인 '에이지 어웨이 트윈케이크'를 지난해 11월 리뉴얼 출시하며 1만5000원가량 가격을 대폭 인상했고, '연예인 파우더'라 불리는 마몽드의 인기제품 '브라이트닝 파우더 팩트'도 해마다 꾸준히 용기모양을 바꾸면서 2000~3000원가량 가격을 올리고 있다. 용기 모양이 아예 바뀌어 신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리필 제품을 더 이상 쓸 수 없도록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브랜드숍도 인기제품의 경우 기능과 용기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미샤는 튜브형의 'M 퍼펙트 커버 비비크림'이 인기를 끌자 커버력과 지속력을 강화한 'M 시그너처 리얼 컴플릿 비비크림'을 출시하면서 제품 용기를 하드케이스로 바꿨다. 기존 제품을 써 온 A씨는 “솔직히 두 제품의 기능적인 차이점을 못 느끼겠다”면서 “용기만 달라진 것 같은데 가격은 8000원이나 올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용기 리뉴얼에 힘써 소비자들의 관심 끌기에 주력하는 반면 리필형 제품 공급에는 인색한 편이다. 소공동 신세계 백화점 오휘 매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 리필이 되는 제품은 베일핏 펙트 한 가지뿐”이라면서 “리필형 제품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화장품 업체들이 용기 개발에 집중투자를 하는 이유는 눈에 띄는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면서 “용기 개발에 드는 비용은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용기의 모양이 복잡해질수록 비용이 높아지며 많게는 수억원대의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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