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5개 부처가 '201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을 진행한 지난달 30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류세와 할당관세 인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도중 불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류세 인하엔 재정부와 이견이 없고, 할당관세 인하는 논의 중"이라는 최 장관의 답변에 이어 박 장관이 재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던 참이었다.
공동 브리핑에서 타 부처 장관의 발언 중 자리를 뜨는 건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다. 브리핑 전 지경부는 사전에 잡힌 일정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예정된 일정은 지경부 기자단과의 티타임이었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볼 때 '결례'를 무릅쓴 최 장관의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였다. 불과 30초 후 박 장관의 답변이 끝났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최 장관의 돌출행동은 박 장관을 향한 시위로 읽힌다. 박 장관은 브리핑 하루 전인 2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유사들의 기름값 100원 인하 종료를 앞두고 부처간 이견이 보도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혼선으로 비치지 않게 신경을 써달라"고 했다. 재정부의 반대에도 유류세 인하를 타진해온 최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리고 하루 뒤. 최 장관은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재정부와 이견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할당관세 인하엔 분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그는 "할당관세 인하는 재정부와 논의 중이며, 재정적 측면과 유가안정 측면을 모두 생각해봐야 해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브리핑 뒤 이어진 지경부 기자단과의 티타임에선 한층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최 장관은 "재정부는 관세를 내리면 한 달에 1100억원 정도 재정손실이 나는 걸 걱정하지만, 그간 유가가 올라 세수가 늘지 않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29일 박 장관의 발언을 의식한 듯 "정부 방침이 결정되면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그 전까지는 자기 입장을 갖고 토론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가에선 "왕의 남자(박 장관ㆍ23회)보다 행시 기수와 재정부 경력이 앞서는 최틀러(최 장관ㆍ22회)가 기름값을 두고 기싸움을 벌인 것"이라는 뒷말이 돌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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