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자'로 코스피 밝아질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솔 기자]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시각 변화 조짐을 보였다. 그리스 재정긴축안 의회 표결이 예정됐던 29일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한달 만의 최대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를 급등시켰다. 글로벌 증시 안정 기대감을 바탕으로 선취매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1.51포인트(1.53%) 급등한 2094.42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42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5월31일 4871억원 이후 최대 순매수 규모다.
외국인의 시각 변화를 나타내는 점은 최근 10거래일만에 개별 종목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그동안 15개 이상의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프로그램매매'에서는 주식을 사고, 개별 종목은 파는 이중적인 매매행태를 보여왔다. 28일까지의 9 거래일 동안 이같은 매매패턴이 계속됐다.
프로그램에서 뚜렷한 매수우위를 보인 것은 외국인이 최소한 지수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상승에 대한 확신도 없었던 탓에 많이 오른 종목에 대해서는 매도를 통해 수익 실현에 나섰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은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지수를 사고 개별 종목 매도로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리스 변수가 일희일비하며 진행됐기 때문에 외국인도 갈피를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인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재정긴축안이 의회 동의를 얻음에 따라 향후 외국인 매수가 본격화될지 관심이다. 그리스 의회는 29일 재정긴축안을 찬성 155, 반대 138표로 가결시켰다. 당장 구제금융자금 5차 지원분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그리스는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면하게 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동향이 최근 워낙 들쭉날쭉해 일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유럽 리스크는 낮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재정위기의 확산을 염두에 둔 유럽 투자자들이 그동안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주식을 팔았다고 보면 그리스 문제가 해결점을 찾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도 압력'은 확실히 줄었다는 것.
지난 5월 유럽위기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한국 시장에서는 유럽계 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에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투자자가 5월에는 일제히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국가별 매도 규모를 살펴보면 영국이 2조2375억원 순매도로 가장 규모가 컸고 프랑스(6244억원), 케이만아일랜드(400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그리스 긴축안 통과에 의미부여를 조금 더 하고 있다”며 전일의 외국인 대규모 순매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 긴축안 통과에 이어 구제금융이 더욱 구체화되어야 외국인 매수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한 7월에 발표되는 6월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외국인 매수세가 커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희 기자 nut@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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