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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내세운 아파트, 부동산 침체로 미분양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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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월든힐스' 분양 당시 '디자인은 어떻냐', '다른 곳과 어떻게 다르냐' 등의 문의전화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어느새 디자인에 관한 문의전화가 사라졌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문의전화 자체가 뚝 끊겼지만 그나마 오는 전화도 분양가나 입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다."(판교신도시 B 중개업소 관계자)


유명 디자이너를 내세워 분양한 아파트들이 미분양 물량으로 끙끙 앓고 있다. 침체된 주택시장의 회복이 더뎌지면서 낮은 환금성, 비싼 분양가 등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분양했던 연립주택 '월든힐스'의 약 30%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 타운하우스는 국제현상설계 공모로 당선된 핀란드, 일본, 미국 출신 건축가 3명이 각기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 화제가 됐었다. 평균 청약경쟁률도 총 300가구 모집에 3400명 이상이 몰리면서 11.4대 1을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유명 건축가가 독특하고 특이한 디자인으로 설계를 했다고 해도 사방의 벽을 유리로 처리한 외관이나 수납공간이 별로 없는 휑한 내부 구조는 한국 주부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여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계약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이 용인 수지구 성복동에 내놓은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도 홍콩의 조경 디자인 회사인 'LWK'와 제휴해 단지를 설계하고 세계적인 색채 디자이너인 장 필립 랑클로(Jean Philippe Lenclos)가 이끄는 3D아틀리에가 디자인 작업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4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1차의 경우 아파트 단지를 피렌체·코르토나 등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중부 투스카니 지역을 연상케 하는 테마파크 형태로 조성했고 2010년 5월부터 집들이를 했던 2차와 3차는 각각 유럽 정원과 유럽의 대저택의 이미지를 이용해 아파트 단지 내부를 꾸몄다. 하지만 이 아파트 역시 입주폭탄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분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도 100여개가 넘는 물량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용인 동천동 '래미안 동천'도 입주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팔리지 않은 물량이 있다. '래미안 동천'은 인천국제공항과 가나아트센터를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맡아 부채꼴 모양의 V자 실내 구조 등 독특한 내부 설계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했었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금호건설이 공급한 '리첸시아 중동'도 이상봉 디자이너 등 4명의 전문 디자이너들이 직접 실내 인테리어와 조명 설계에 참여, 건축과 패션의 만남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아직 분양이 덜 됐다.


김포한강신도시 Ac-12블록에 한라건설이 선보인 '한라비발디'는 강이 단지 바로 앞에 있어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강신도시내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이에 더해 보다 넓은 한강 조망을 누리게 하기 위해 미국 TCA社와의 공동 설계로 여유로운 단지로 디자인했다. 105㎡형 513가구, 106㎡형 284가구, 126㎡형 60가구로 총 857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SK건설이 일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설계를 적용해 판교 운중동에서 분양한 타운하우스 '판교 운중 아펠바움'과 프랑스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실내 인테리어를 꾸민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의 일부 물량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한 분양 관계자는"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집을 선택할 때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분양가나 입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사실"이라며 "또 한국 정서에 맞지 않은 너무 튀는 구조는 계약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소정 기자 mo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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