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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블로그]정부의 수수방관, 시장 공포를 키운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1초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잠재된 불안 요인은 공포심을 자극한다. 공포는 시장을 끌어내린다.


지금 경제 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불안요인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유가, 물가, 금리, 가계대출 확대 등 산적한 문제가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증시와 부동산 시장 등에 악재로 작용한다.

접해보지 못한 공포가 더 무서운 법이다. 지난 일본 대지진 시 방사성 물질이라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움은 증시를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줬다. 알지 못하지만 언제 엄습할지 모른다는 공포 앞에 투자자들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안과 공포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정책 혼선과 정부의 무기력함은 불안감을 해소하기는커녕 문제를 키우는 양상을 띠고 있다.

고유가 해결을 위해 정부의 압박으로 이뤄진 기름값 100원 할인이 곧 시효를 다한다. 다음 달 초면 기름값이 당장 100원씩 오를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름값이 다시 오르기 전에 기름을 채우려고 주유소 앞에 장사진을 치는 광경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낮춰 놓은 금리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도 공포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성장과 물가를 오락가락하며 기준금리를 주무르는 사이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갔다.


예측가능하지 않은 정책은 기업과 국민들을 힘들게 만든다. SK증권의 예를 들어 보자. SK그룹은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도 피해를 보는 입장이다. 이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주회사도 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여전히 언제 본회의에서 처리될지 감감 무소식이다. 국회가 외면하는 사이 '데드라인'을 받아 놓은 기업만 속이 타들어 간다. 애초에 법 개정이 안 될 것이라면 SK그룹 입장에서는 SK증권을 시한 내에 현행법대로 처리했을 것이다. 물론 기업도 위험요소를 고려했어야 했다. SK도 '만의 하나'라는 경우의 수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책임이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혼선 속에 기업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불안과 공포가 사라지질 않으니 투자자들은 방향을 잡기 힘들다. 투자자뿐 아니다. 국민들 모두 혼란스럽다. 주식을 사는 것도 집을 사는 것도 예금을 하는 것도 불안하다.


권력자들은 임기 후가,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이 불안하고 두렵겠지만, 지금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잡아준다면 걱정할 것이 뭐 있겠는가.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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