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에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안무가 대중의 잔상에 남거나, 그러길 바라는 소속사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무대를 관람하고 나서도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안무, 그것이 한 음악의 성패를 결정하기도 한다. 원더걸스의 소희는 ‘Tell me’에서 ‘어머나’ 춤으로 무대를 접수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노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안무, 이른바 ‘포인트 안무’는 중요하다. 한 가지 동작이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하면 그 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비되고, 하물며 MC들이 무대를 소개할 때 안무를 이용해 무대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그래서, <본격! 무대 탐구생활>에서 포인트 안무가 돋보이는 두 무대에 주목해 봤다. ‘일진 춤’으로 주목받는 써니힐의 ‘Midnight Circus’와 ‘아기 고릴라 춤’이 인상적인 시크릿의 ‘별빛 달빛’이다.
써니힐 ‘Midnight Circus’
써니힐의 ‘Midnight Circus’는 그야말로 잘 짜인 쇼다. 음악과 가사, 콘셉트가 일치되면서 음악이 주는 분위기를 눈앞에서 실제로 구현한다. 강렬한 사운드의 음악과 다소 기괴한 가사, 스모키 화장을 강조해 공격적으로 보이는 멤버들과 마치 가부키처럼 하얗게 얼굴을 분장한 댄서들의 메이크업이 합쳐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써니힐의 무대는 가수와 댄서의 합이 정확하게 맞춰진 동선을 통해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Midinight Circus’의 무대는 댄서들의 배치와 써니힐 멤버들의 움직임, 손 위치까지도 정해져 있다. “끝을 보는 순간 지는 것”에서 몸을 구부리는 각도, “화려한 불빛 춤 추는 곳”에서 한 손을 앞으로 뻗는 안무 등은 모두 계산된 움직임이다. 이 때 댄서들은 다른 모양의 마네킹들이 의도된 위치에 디스플레이된 듯 써니힐 멤버들의 뒤에서 화려한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부분부분 정지동작처럼 멈춰있는 댄서들의 움직임은 노래의 제목 그대로 서커스의 꼭두각시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써니힐의 무대가 독특한 분위기로만 승부하는 것은 아니다. ‘Midinight circus’의 무대에는 뚜렷한 기승전결이 있다. 우선 도입부가 강렬하다. 무표정하게 고개를 양쪽으로 까딱거리면서 손가락으로 바닥을 긋는, 이른바 ‘일진춤’으로 불리는 포인트 안무가 노래의 맨 처음에 들어간다. 그만큼 써니힐을 모른다 해도 무대를 보면 처음부터 이 특이한 동작을 보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강한 도입부가 지나면 후렴구가 들어가기 전까지 손을 뻗어 움직이는 안무나 무표정하게 고개를 양쪽으로 까딱 거리는 안무 등으로 동작을 절제, 천천히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반면 하이라이트가 되는 후렴구에서는 그 전까지 각자 다르게 움직였던 멤버들과 댄서들이 똑같은 동작을 추면서 춤이 더 크고 일체감 있도록 연출한다. 동시에 몇 명의 댄서들은 마네킹처럼 뒤에서 정지동작으로 배경처럼 자리잡아 무대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한다. 댄스음악을 하는 그룹의 무대에 거의 필수적인 군무를 배치하면서도 그룹의 특색이 살아나는 연출을 한 셈이다. 또한 같은 동작이라도 후반부에서는 안무가 바뀐다. ‘화려한 불빛 춤 추는 곳’에서 손을 뻗는 안무가 다시 나올 때, 써니힐의 멤버들은 이번에는 댄서들의 도움으로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고 손을 뻗어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면서 무대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이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로 독특한 곡의 콘셉트와 무대를 일치시킨바 있는 로엔 엔터테인먼트는 써니힐의 무대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획을 했다.
또한 의상, 동작, 멤버와 댄서들의 배치가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써니힐의 무대에서 무대 연출의 비중은 다른 가수의 무대보다 훨씬 커진다. 무대 세트, 조명, 색상의 사용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올 수 있다. 써니힐은 음악방송 PD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소스인 셈이다. 아직까지는 써니힐이 테마파크의 서커스장 앞에서 가졌던 무대와 빨간 색만을 살리고 화면을 흑백으로 처리한 무대를 보여준 MBC <쇼! 음악중심>이 써니힐과 가장 좋은 궁합을 보였다. 다른 음악 프로그램 연출자들이 써니힐의 무대를 어떻게 연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t's Dance!
학교 교실에 붙은 바닥에 껌을 떼는 환경 미화할 때. ‘Midnight Circus'에 맞춰 일제히 고개를 좌우로 박력있게 흔들면서 바닥에 붙은 껌을 뗀다. 머리는 꼭 풀어주자. 그러나 밤에는 하지 말자. 호러영화보다 더 무서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수 있다.
Motion Capture!
- “칠흑 같은 미래 마치” : 격하게 머리 털고 비듬탈출 샴푸 광고하는 코타
- “지는 순간 넌 아웃 되는거” : 생글생글 웃다가 곡 분위기에 맞춰 정색하는 승아
- “Midnight Circus Show” : 아이유의 3단 고음을 뛰어 넘는 주비와 코타와 쌍단 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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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별빛 달빛’
시크릿의 ‘별빛 달빛’의 무대는 쉽다. 휴가철 여름음악으로 어울리는 이 무대는 누구나 쉽게 듣고, 부르고,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한번만 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으로 무대를 구성해 시크릿이 보다 폭 넓은 대중성을 얻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어릴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동작인 동요 ‘반짝반짝’의 안무가 ‘별빛 달빛’에서 주요 안무로 활용하기도 할 정도다. 동작이 간단한 만큼 무대 동선도 단순하다. 복잡한 동선 없이 한 멤버가 움직이면 그 뒤를 따라 움직이는 무대구성으로 약간씩 변화를 줄 뿐이다.
그래서, 시크릿의 ‘별빛 달빛’에서는 계속 반복되는 ‘아기 고릴라 춤’과 손등을 관객들에게 강조하는 동작이 1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2절에서는 노래 부르는 멤버 한명을 다른 멤버 세 명이 빛내주는 식의 구성을 보여준다 ‘별빛 달빛’이 아카펠라 코러스가 많다는 점을 살려 노래하는 멤버 한명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멤버는 코러스를 하는 식이다. 한선화가 “구름이 우릴 가려도 두둥실 흘러가듯이”라고 노래하면 다른 멤버들은 정말로 ‘구름이 흘러가듯’ 함께 움직이며 한선화를 받쳐준다. 1절에서는 포인트 안무를 부각해 대중에게 안무를 쉽게 기억하도록 하고, 2절에서는 멤버 개개인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안무구성은 시크릿의 ‘샤이 보이’에서도 활용했던 방식이다. 그만큼 무대 자체가 주는 신선함은 떨어진다. 또한 쉽고, 널리 알려진 동작들을 안무에 응용한 만큼 춤 동작 자체도 특이점은 없다 이 때문에 ‘별빛 달빛’의 무대는 대부분 멤버들의 표정이나 애드립으로 채워진다. 두가지 포인트 안무 외에는 “어쩌면 좋아“에서 전효성이 짓는 깜찍한 표정 등 멤버들의 표정과 포즈가 무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샤이보이’도 멤버들의 표정이나 개인 포즈 등 개인기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당시 시크릿은 무대마다 다른 아이돌의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며 재미를 줬다. 그만큼 ‘샤이보이’의 무대는 매번 어떤 아이돌의 동작이 나올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다른 남자 아이돌 가수와 함께 ‘샤이보이’를 부르는 등 또 다른 볼거리도 제공했다. 하지만 ‘별빛달빛’에는 그런 소소한 아이디어도 없이 간단한 동작, 멤버들의 표정과 포즈만을 강조한다. 그만큼 무대가 단순해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시크릿의 데뷔 이후 마치 전통처럼 무대에 멤버 이외에 어떤 댄서도 세우지 않는 것은 ‘별빛달빛’에서 양날의 검이 됐다. 댄서를 따로 세우지 않으면서 네 명의 표정에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는 있지만, 그만큼 무대 연출은 단순해질 수 밖에 없다. 기억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빨리 소비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별빛달빛’의 무대가 ‘샤이보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여전히 전효성의 시원한 눈웃음은 귀엽지만 사랑스러운 표정만으로 무대를 채우기엔 빈 공간이 너무 많다.
Let's Dance!
아령 두 개를 들고 양손에 들고 시크릿처럼 ‘아기 고릴라 춤’을 춘다면 팔뚝살 걱정은 뚝!
Motion Capture!
-“어쩌면 좋아” : 삼촌팬들의 폭풍 캡쳐를 부르는 101가지 귀여운 표정의 효성
-“너에게 고백을 받고” : 고백 받고 상큼한 표정을 짓는 지은
-“좋아 좋아”: 다양한 표정을 선보이는 시크릿에겐 4대의 개인 카메라가 필요하다.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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