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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K] 신태용의 '원조 형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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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K] 신태용의 '원조 형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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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참 잘나긴 잘난 사람이야"

신태용 성남 감독에 대한 최용수 FC서울 감독 대행의 한 마디다. 최근 '형님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 감독이지만 선배의 역량에 대해선 혀를 내두를 정도. 그만큼 신 감독은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리더십을 소유한 지도자로 평가 받는다.


그는 K리그에서 둘째 간다면 서러워할 만큼 친화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동료 감독, 코치진, 선수는 물론 기자와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부진에 빠진 선수를 질책하기보다는 선배로서 조언하고 기다려준다. 감독 첫 승 세레모니로 레슬링복을 입고 춤출만큼 쇼맨십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단에 믿음을 심어주고, 최상의 경기력이 발휘될 수 있는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어떤 의미에서는 '원조 형님 리더십'이라 칭할 만 하다.


이는 결과로도 나타났다. 부임 첫해인 2009년 정규리그와 FA컵에서 준우승을 일궈냈고, 지난해에는 팀을 '아시아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이제 막 마흔을 넘긴 초보 감독의 성과로선 실로 대단했다.


반면 올 시즌은 분위기가 썩 좋지 못하다. 2승5무6패(승점 11점)로 리그 15위까지 떨어졌다. 의외였다. 몰리나, 정성룡, 조병국 등 주축 선수가 많이 빠져나갔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해도 '없는 살림'은 마찬가지였다. 고전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15일 '2011 하나은행 FA컵' 16강전을 앞두고 만난 신 감독은 예의 여유로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느껴질 절도였다.


올 시즌 부진에 대해 그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고 운을 띄웠다.


"지난해에도 1군의 얇은 스쿼드로 해외 경기까지 50경기 정도를 소화하느라 힘들었었다. 그런데 올해는 버텨내는 힘들이 좀 부족하다. 어쩌다 한두 경기는 잘하기도 하지만… 아, 올해는 잘 안되네"


그러면서 선수시절의 경험을 들려줬다. "93년부터 리그 3연패를 차지한 직후 2년 연속 꼴찌를 해봤다. 팀이 힘을 안 받을 때는 무슨 짓을 해도 안되더라. 정상과 바닥을 연달아 경험하며 많은 걸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끌고 갈지를 고민 중이다."


팀 성적이 안 좋을 때 지도자는 '특단의 조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무장을 위해 사생활의 자유를 뺏을 수도 있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특별 훈련을 갖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정색한 채 "이 더운 날씨에 어떻게 선수들을 잡겠나"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자신만의 지도 철학을 설파했다.


"선수들을 더 편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다. 감독도 스트레스 받지만 선수들은 더 그렇지 않겠나. 힘들수록 편하게 대해줘야 한다" 이어 "물론 뚜껑 열리면 생각을 달리하겠지만…"이란 특유의 너스레도 뒤따라왔다.


'형님 리더십'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또 하나의 예가 있다. 그는 경기에서 지면 며칠 간 인터넷을 딱 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지고 난 다음날 좋은 기사가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걸 보고 내가 흔들릴 수 있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뜻"


그는 선수 한명 한명을 불러 잘잘못을 세세하게 지적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무엇을 잘 못했는지는 선수 스스로가 판단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일례로 그는 지난 13라운드 광주FC전 패배 이후 선수단 미팅을 꼽았다.


"광주전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경기라는 게 그럴 수도 있다. 오히려 내가 선수들에게 실수한 것도 있다고 얘기해줬다. 내 전술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상대에 맞춰 조금 다른 전술을 가져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건 내 실수였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도 생각의 여지를 던져줬다. 그는 "너희가 서울 혹은 수원과 경기할 때처럼 독한 마음먹고 뛰었는가"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어 "그저 막연히 이길 것이라 생각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날 경기에서 한번이라도 태클을 제대로 들어간 선수가 없었다." 그만큼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었고, 적극성이 결여됐었다는 것.


그러면서도 "이름값도 없는 선수들이 정말 잘 해주고 있다. 골은 없지만 경기 내적으로 잘한다. 이기기만 한다면 업고 다닐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익살 너머 선수들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애정이 엿보였다.


[스토리K] 신태용의 '원조 형님 리더십'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이날 성남은 인천을 맞아 후반 조동건과 에벨톤의 연속골을 묶어내 2-0 완승을 거뒀다.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승리였다. 지난 광주전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인천에게도 정규리그 패배를 설욕했다. 무엇보다 선수들 스스로 부진극복의 계기를 찾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경기 후 신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승리보다는 선수들의 자세가 바뀐 것에 주목했다. "광주전 패배가 약이 된 것 같다. 선수들 스스로 잘못한 것을 찾았다"는 지적이었다.


승리를 계기로 올 시즌을 잘 헤쳐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갈수록 강한 팀을 만나겠지만 매 경기 결승전처럼 준비할 것이다. 8강 상대가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결승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


리그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미 6패를 했지만 6연승 하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리그 병행하면서 FA컵까지 잘 치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신 감독은 환호를 보내는 서포터즈를 발견하고 기분 좋게 손을 흔들어줬다. 이어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를 툭툭 치며 어깨동무도 해줬다. '잘난 큰형'의 뒷모습은 꽤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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