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68)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32억1060만원이 선고됐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의 측근이 기소돼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16일 1심 선고 공판에서 "혈연ㆍ지연ㆍ학연 등의 연고를 이용해 공무원 또는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청탁하는 행위를 근절시켜 건전한 사회 풍토를 조성하고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미 구속된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비롯해 곧 소환될 것으로 알려진 김해수(53)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수사망이 대통령 측근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천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뿌리 깊은 인맥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지적이다.
천 회장과 이 대통령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50년 지기 '절친'이다. 천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고려대 교우회장으로 물심양면 이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을 망라한 천 회장의 영향력은 사실상 이 대통령과의 인맥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런 자신의 배경과 인맥의 힘을 빌어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를 위해 워크아웃 조기 종료 및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청탁에 나섰고 그 결과 실형이 선고됐다. 평소 천 회장은 이수우 대표에게 "니, 내 동생 해라"할 정도로 아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이런 인맥의 힘이 '악마의 덫'으로 역작용한 셈이다.
최근 7조원대 금융비리로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 부산저축은행사태 관련 검찰 수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캠프 법률지원단장을 지냈던 은 전 감사위원은 금품수수 혐의로 이미 구속돼 기소를 기다리고 있다. 현 정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해수 사장 또한 비서관 재임 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곧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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