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일반약 슈퍼판매 허용은 의약품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박카스 등의 슈퍼판매를 허용한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제약사와의 협상에 나서기로 하는 등 시장이 요동칠 태세다. 앞으로 진통제 등 시장규모가 큰 약까지 풀릴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박카스, 안티푸라민, 까스명수 등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슈퍼판매를 허용하기로 15일 밝혔다. 고시 개정 기간을 감안해 이르면 8월부터 각 제약사들은 해당 제품을 슈퍼마켓 등에 유통시킬 수 있다.
이 발표가 나오자 유통업체들은 즉각 '행동'에 들어갔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이르면 내일이나 다음 주 중 제약업체와 만날 예정"이라며 "박카스를 비롯해 의약품을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카스의 마진보다는 고객 유인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세븐일레븐 역시 의약품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적당한 시기를 고민해야 겠지만, 편의점 판매로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타이레놀, 화콜, 펜잘 등 진통제나 감기약으로 규제완화가 확대되면 시장 반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한 논의도 즉각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언제쯤'이 관건인데, 복지부의 의지가 나름 강하다는 점은 시기단축에 긍정적 요인으로 보인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올 가을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16일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근거는 감기약 등을 슈퍼로 빼내는 데 걸맞는 '반대급부'를 약사쪽에 내주는 식의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실제 간단한 위염약 등은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바꿔 약사들이 자유롭게 팔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대에 대응할 논리로 외국 사례, 학술적 근거 등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약사법 개정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 9월 쯤에는 슈퍼판매가 허용될 추가 의약품의 목록이 공개될 전망이다.
한편 현재 일반의약품 시장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전체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일반약이 슈퍼로 풀릴 경우 어느 정도의 매출 증대효과가 나타날지는 불확실 하지만 일단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86.4%는 "일반약을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할 경우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장소로는 편의점(69.9%)을 가장 많이 꼽았고 슈퍼마켓(41.5%), 대형마트(31.4%) 순이었다. 소화제(95.3%), 해열제(89.9%), 소독제(85.5%), 소염진통제(80.6%), 감기약(69.0%) 순으로 시장수요가 많았다,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약국외 판매약' 대상 품목들과 일치한다.
제약회사들이 슈퍼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 역시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소매점 유통망을 확보했느냐 여부인데 동아제약과 광동제약 등 일부 제약사를 제외하면 자체 유통망을 가진 제약사는 흔치 않다.
하지만 세븐일레븐, GS25 등 편의점 업체들이 약국시장 진출을 신규사업으로 편성한 사실은 의미가 크다. 이들을 활용한 제약사들의 소매점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박카스의 약국외 판매를 단속하기 전에 연간 5~6억병이 팔렸던 점을 고려하면, 슈퍼판매가 허용된 이후 판매량은 현재보다 50% 정도 증가할 여력이 있다"며 "이에 따라 동아제약의 연간 매출액은 7%, 영업이익은 1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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