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요즘 집주인도 세입자도 다같이 고민에 빠졌다. 둘다 전세와 반전세라는 갈림길에서 주판알 튕기느라 바쁘다. 전셋값 고공행진, 반전세(월세) 확대가 주택임대시장을 새롭게 개편중이다. 때마침 안정세를 보이던 전셋값도 여름방학을 앞두고 서울 유명 학군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요동치고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정한 전세보증금에 월세를 내는 형태의 반전세가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집값이 떨어지고 은행 예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전셋값만 치솟자 집주인들이 매달 고정 수입이라도 올리겠다는 심산에서 꺼내든 카드다.
집주인의 고민은 사상 최저치 수준의 월세 이율에서 비롯됐다. KB은행에 따르면 5월 전국 주택의 월세 이율은 0.92%로 지난 1995년 1월 첫 조사(1.0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4%포인트 떨어졌다. 월세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초 인천 연수구 50㎡대 아파트를 전세 6000만원을 끼고 1억1000만원에 구입한 신모씨 역시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30만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주고 월세로 돌릴지, 전세금을 더 올려 받아 예금하는 것이 이득인지를 놓고 갈등 중이다.
그렇다고 월세이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세입자에게 마냥 반가운 일도 아니다. 월세이율 하락이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저금리 기조였던 대출금리까지 슬금슬금 오르고 있어 전셋값 상승은 세입자 부담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세의 대안으로 월세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의 월세 평균 이율이 사상최저치(0.92%)라고 하지만 연이율로 따지면 11.04%다. 만약 1억원의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렸을때 연 1104만원을 내야 한다. 대출을 받아 전셋값을 올려주기도, 월세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 용인 수지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김모씨가 이같은 경우다. 집 주인이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내는 '반전세' 방식으로 바꾸고 매달 20만원씩 받겠다고 통보했다. 그는 서울 일대 소형아파트에서 반전세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용인 다세대주택까지 반전세가 확산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2000만원의 전세대출금이 있는 상태에서 매달 20만원씩의 월세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인근의 다른 다세대주택을 알아봤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이래저래 무주택자들만 더 살기 어려워졌다. 이것이 주택정책의 1차적인 목표가 무주택자여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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