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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 떤 '슈퍼약' 알고보면 달라진 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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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비약 슈퍼판매→백지화→靑개입 재추진?
'어정쩡 보건복지부' 태도가 화근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청와대까지 개입하며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논란은 2라운드로 접어든 듯 보인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압박을 받은 보건복지부가 일을 서둘러 진행하게 됐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한다.


애초부터 복지부는 '약국 외 판매약'이라는 새로운 분류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진수희 장관이 이에 반대하는 약사회 의견을 반영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여론이 돌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의와 달리 여론이 오도되면서 마치 복지부가 상비약의 슈퍼판매를 포기한 것처럼 비춰졌다"고 아쉬워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정공법은 정공법'


일각에선 청와대 개입으로 일반약 슈퍼판매를 백지화 했던 복지부가 입장을 바꿨다고 보지만 정확한 분석은 아니다.

논란의 시초가 된 3일 복지부의 '국민 불편 해소 방안' 브리핑 내용엔 이미 '일반약 슈퍼판매 추진 방안'이 담겨 있다. 당시 복지부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약심)를 열어 '일반약에서 의약외품으로 옮길 품목'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8일 대정부질문에서 진수희 장관이 "약사법 개정 전이라도 현행 분류 틀 내에서 국민 불편을 덜어드릴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외부 압박에 입장을 바꿨다고 보기 어렵다.


'약국 외 판매약'이란 새 분류법을 만들어 감기약 등은 그 안에 넣어보겠다는 계획도 3일 나온 내용이다. 이왕 의약품 분류체계를 손질하게 됐으니 이참에 처방약(전문의약품)과 약국판매약(일반의약품) 중 자리를 옮길 것이 있는지도 따져보자는 게 복지부의 '근본적 재분류 방침'이었다.


절차는 맞지만 의지는 약했다


방안을 마련한 손건익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억울해 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실제 일련의 계획에는 딱히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없다. 애초 논의된 동사무소니 소방서니 하는 특수장소 확대와 당번약국제 활성화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었다. 그래서 재분류를 택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명확한 '스탠스'를 밝히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복지부는 향후 모든 결정을 '약심'에 일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약심은 이해당사자인 의사와 약사들로 구성돼 합의를 이끌기가 쉽지 않다. 당사자들끼리 싸우도록 하고 복지부는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진수희 장관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조만간 복지부를 떠날 것이란 관측과 묘하게 오버랩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치 '논의가 오래가기를 바라는 듯한' 혐의는 또 있다. 감기약 슈퍼판매 문제와 '전문약-일반약' 전환문제를 약심이 함께 논의토록 한 점이다. 두 사안은 의약품 재분류라는 틀에 속하지만 함께 논의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하나는 약사의 소득을, 또 하나는 의사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두 사안을 되도록 멀찌감치 떨어뜨려놔야 그나마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복지부가 의약외품으로 전환시킬 의약품의 목록이나 최소한의 판단기준, 약국외 판매약 신설을 위한 약사법 개정 추진 계획 등에 대해 아무런 결정사항을 내놓지 않은 것도 '애초부터 의지가 없었다'는 속내를 드러낸 꼴이 됐다.


◆청와대가 개입했으니 일사천리?


청와대는 약국외 판매약을 신설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토록 복지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약 중 일부를 의약외품으로 바꾸라는 지시내용도 전해진다.


이는 애초부터 복지부가 약심을 통해 추진하려던 것이므로 속도의 차이가 생겼을 뿐 새로운 대안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약심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는 곳도 아니다.


예측하기 힘들지만 청와대 압력에 복지부가 약심 논의를 생략한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차피 활명수, 위청수 등 드링크류 소화제 등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하는 방안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이라 약심을 쉽게 통과할 것이 유력했다.


또한 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도 그 안에 어떤 약을 넣을 것인지는 결국 약심에서 결정해야 하므로 합의까지 시간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분류하는 별개의 문제가 걸림돌이다. 약사회는 '잔탁'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위염약을 포함해 500개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바꿔 약사가 마음대로 팔 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약사의 진료권을 인정해주는 꼴이어서 합의가 쉽지 않다.


약사는 감기약을 내주고 위염약을 가져오는 식의 맞교환을 원하겠지만 의사가 감기약 슈퍼판매를 위해 진료권 일부를 내주는 '딜'에 참여할 가능성이 전무하다.


때문에 이번 논란이 활명수 등 일부 약만이 슈퍼로 나오고 정작 논의의 출발점인 진통제,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는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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