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면 어떨까?' 한 번쯤 품어 봤을 의문이다. 삶이 싫증날 때마다 다른 나라에 태어나는 '행운'을 누렸더라면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 빠진다. '여기가 내 고향이었다면'(http://www.ifitweremyhome.com/)은 이런 막연한 상상에 어느 정도 답을 제시해 주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어디서 태어날 수 있는지는 순전히 운입니다. 우리 대부분이 지고 가야 할 책임이기도 합니다. 만약 당신이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당신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당신은 지금과 똑같은 사람일까요?"
이 사이트는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각국의 상황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위치정보를 이용해 접속자가 어느 국가에 있는지를 파악한 뒤 비교 대상이 될 나라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정보가 등록돼 있어 원하는 나라 어디든지 지금 사는 나라와 견줘볼 수 있으며, 구글맵으로 나라의 면적과 위치까지 한 눈에 보여준다.
그럼 한국과 다른 나라를 비교해 보자. 만약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을 확률은 지금의 2.3배다. 한국 실업률은 4.1% 수준이지만 미국은 9.3%에 달한다. 돈은 65.71%가량 더 벌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구매력 기준 GDP는 2만 8000달러 선이지만 마국은 4만 6400달러다. 기름은 지금보다 2배를 더 썼을 것이고, 반년 정도 일찍 죽는다. 자유시간은 12.64%가 많았을 거다.
마지막에는 그래서 이 나라에 살고 싶은지 아닌지를 선택하고 코멘트를 달 수도 있다.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 꼽히지만 미국은 전체적으로 인기가 없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은 의료보장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의료비 지출이 엄청나게 많다. "계속 영국에 살래요." "미국인이 아니라서 너무 행복합니다." 등의 코멘트가 줄을 잇는다.
북한은 어떨까. 북한에 태어났다면 영유아였을 때 죽었을 확률이 12배다. 기름은 지금보다 98% 덜 써야 하고, 돈은 93% 적게 벌며, 15년 일찍 죽는다. 의료비로 쓸 돈도 없다. 한국이 1인당 평균 의료비로 1467달러를 쓰는 반면 북한은 1달러다. 소말리아에 태어나는 것도 북한과 상황이 비슷하다. 무려 29년이나 일찍 죽는 데다가 에이즈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다. 에이즈가 만연한 아프리카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여기가 내 고향이었다면'은 출생률과 평균수명, 전기 사용량, 영유아 사망률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항목을 대조해준다. 세련된 레이아웃으로 보기 쉽고 각 항목마다 자세한 안내가 붙어 있어 이해를 높인다. 비교 대상인 국가별로 아래에 더 자세한 설명을 붙여 놓았고, 관련 도서까지 여러 권 추천해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편리한 사이트다. 다른 삶을 꿈꾼다면 떠나기 전 이 곳에서 한 번쯤 구체적으로 비교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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