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텔레비전 요리 쇼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지나치게 정리된 광경이 이상하다. 그릇이며 조리도구 전부 윤이 나게 닦여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감자도 당근도 너무나 가지런하다. 혹시 소스라도 한 방울 떨어지면 부지런히 닦아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접시 위에 완벽하게 놓인 모습은 맛있어 보인다기보다 좀 괴상하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텔레비전 속에 등장한 저 요리가 정말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일까?
요리를 보기 좋게 담아내는 것은 요리의 진정한 마무리다. '눈으로 먹는 음식'으로 불리며 세련된 마감을 보여 주는 일본 요리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사진과 영상으로 전달되는 요리들은 이제 점점 더 현실감을 잃어간다. 수많은 텔레비전 요리 쇼 프로그램들은 오로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요리를 만들고, 인터넷 미식 블로그들은 음식 사진을 포토샵으로 가공해 단점을 없애 버린다. 미각보다 시각이 더 중요한 세상이 돼 버린 것이다.
'음식에 대한 애도'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이트 'Food Mourn(http://foodmourn.tumblr.com/)은 이런 분위기와 정반대에 위치한다. 이 사이트는 보여주기 위한 음식 이미지를 감각에만 소구하는 '포르노'로 규정한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밥맛 떨어지는 음식 사진들만을 모아 올린다.
토스트 위에 튀긴 마늘을 뿌린 사진은 얼핏 봐서 너덜너덜한 걸레 위로 벌레가 쏟아진 것 같다. 어떤 사진은 볼 안에 가득한 갈색 죽덩어리를 찍었다. 물론 볼 여기저기는 죽이 묻어 엉망이다. 얼핏 봐서는 먹는 것인지도 알기 어렵다. 온갖 재료를 첩첩이 쌓아올린 과욕 때문에 식욕이 뚝 떨어지는 사진도 있다. 피자 위에 과카몰리 소스와 사워크림을 바르고 치즈를 뿌려 반으로 접은 '피자 타코'는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린다. 물론 날 때부터 못 생긴 요리들도 있다. 배추 위에 참치 통조림을 얹어 먹는 건 어떻게 해도 예쁘게 찍기 어려울 거다.
그런데 보다 보면 이 사진들이 결코 억지로 찍은 게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이 음식들은 그냥 우리가 평소에 보고 먹는 것 그 자체다. 늘 텔레비전 속 요리처럼 차려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선 채로 남은 반찬과 밥을 섞어 먹기도 하고, 식빵에 오래된 땅콩버터를 처덕처덕 발라 먹기도 한다. 사진들을 넘겨보며 밥맛 떨어진다고 비웃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우리의 진짜 생활이다. 그리고 그 못나고 흉한 음식들은 사실 다 맛있기만 하다. 드라마 속 재벌들의 삶을 동경하는 것처럼, 우린 먹는 것도 '환상'을 쫓고 있었던 게 아닐까.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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