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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세상]쿵쾅거린다, 헤비메탈 T의 역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6초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몇년 전 오아시스 내한공연에서 30대 직장인들의 열광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눈물을 철철 흘리며 '원더월'을 합창하는 이 직장인부대의 광란에 '망나니'로 자자한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마저 움츠러들었을 정도다. 이들에게 오아시스는 인생의 한 부분을 가져간 존재였다. 이렇듯 한 때는 누구에게나 청춘을 바친 밴드가 있다. 음악의 위력이 사그러든 요즘에는 낯선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학교마다 반에 몇 명씩은 꼭 록음악에 빠진 친구들이 있던 때다.
'
나의 밴드 티셔츠(http://mybandtshirt.tumblr.com/)'는 그런 추억을 모아 놓은 사이트다. 밴드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로부터 어린 시절, 혹은 젊었던 때의 향수를 끌어내는 거다. 이들에게 밴드 티셔츠는 단순한 옷이 아니다. 너무나 사랑했던 음악이 안겨줬던 모든 감상이 깃들어 있다.

[온라인세상]쿵쾅거린다, 헤비메탈 T의 역사 아이언 메이든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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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메이든은 주다스 프리스트와 함께 영국 헤비메탈사의 전설이다. 펑크가 지배했던 영국 록씬에 메탈 신드롬을 일으켰던 밴드다. 이 밴드의 티셔츠 역시 빠질 수 없다. "아이언 메이든 티셔츠는 내 두 번째 '밴드 티셔츠'였다." 티셔츠의 그림은 호불호가 확 갈린다. 사납게 생긴 악마가 대지를 화염으로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잘 보면 악마 머릿결이 엄청 좋다. 아마 다들 이 티셔츠가 예쁘다고 생각할 거다."

이 티셔츠는 일종의 아이콘에 가깝다. 1980년대, 록의 성지나 다름없던 리버풀의 젊은 메탈팬이라면 누구나 이 티셔츠를 입고 바나 클럽으로 향했을 거다. 글쓴이는 티셔츠를 처음 샀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를 돌이킨다. "처음 음반가게에서 티셔츠를 사 와서 포장을 벗겼을 때 정말 기뻤다. 꼭 맞았고, 무척 어울렸다."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한 티셔츠는 글쓴이와 똑같이 나이를 먹어 간다. 록페스티벌의 진흙탕 속에 뒹굴면서, 헬멧 없이 사막을 바이크로 횡단하며 점점 낡았다.


AC/DC 티셔츠도 빼놓을 수 없다. 하드록 팬이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밴드다. 이 티셔츠에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AC/DC 팬이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다. "날 AC/DC 콘서트에 데려가 준 것은 아버지였다…아버지는 AC/DC 라이브 앨범 카세트를 가지고 있었고 난 그 카세트의 표지에 푹 빠졌다." 덕분에 AC/DC의 콘서트는 굉장한 것이 됐다.


티셔츠도 마찬가지다. "수십년간 이 AC/DC 티셔츠를 정말 좋아했다. 처음 사고서 21년 내내 아마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입었을 거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티셔츠에 입혀진 로고가 남아 있다. 요즘 나오는 밴드 티셔츠는 두 번만 입어도 프린트가 다 없어져 버리는데, 이 티셔츠는 진정 기술력의 승리다!"


글쓴이의 아버지는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티셔츠는 남았다. 이 밴드 티셔츠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도구가 됐다. 입을 때마다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주 어렸을 때 거실에서 아버지와 함께 걷던 기쁜 순간을 회상하는 것이다. 그냥 티셔츠라면 불가능했을 거다. 음악이 가져다주는 소중한 정서가 얽혀있는 옷이 밴드 티셔츠다.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밴드 티셔츠를 한 장 사라. 수십년이 지나면 티셔츠 한장으로 지금 이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거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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