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의 묻지마 카드 발급과 대출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카드 자산, 신규 발급, 마케팅 비용 등 카드사의 외형 확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3대 지표를 주간 단위로 관리하기로 했다.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회사 차입으로 조달하는 자금이 자기자본의 몇 배를 넘지 못하도록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하는 등 카드사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제한된다.
당국은 가장 강력한 특별대책이라지만 이번 '6ㆍ7 대책'도 뒤늦은 감이 있다. 경기장, 놀이공원, 마트까지 달콤한 조건으로 유혹하는 카드 발급 권유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발급된 카드는 1억1950만장으로 경제활동인구 한 사람당 4.8장에 이른다.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2003년 카드대란 당시(4.6장)보다 많다.
카드사의 몸집이 불어난 만큼 가계부실의 위험은 커진다.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이 2009년 64만건에서 지난해 100만건으로 급증한 가운데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계층을 겨냥한 카드론이 작년에만 42% 늘어 23조9000억원이 풀렸다.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카드대출 잔액 또한 27조9000억원으로 19% 증가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6.3)%의 세 배를 웃돈다. 저신용자들이 빚내어 빚을 갚는 카드 돌려막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회동에서 일갈한 대로 '기계가 신용심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카드를 집어넣으면 500만원, 1000만원씩 나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는 제공하지만 카드론은 취급하지 않는다. 유럽도 카드 업무는 은행의 한 사업 부문으로 카드론보다 은행 대출에 열중한다. 그런데 한국만 대기업계열 전업계 카드사는 물론 은행계 카드사들도 금리가 연 15~25%로 은행 대출보다 비싼 카드론을 권한다.
카드론이 저신용자의 방어막 역할을 하기에 지금의 금리는 너무 높다. 외형 경쟁을 규제하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고 개인별 보유 카드 수를 제한하는 등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 '고금리 돈장사'인 카드론 규모를 과감히 줄이고 금리도 내려야 한다. 서민대출은 전문 금융기관의 몫이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적절한 선제적 조치의 타이밍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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