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첫 방송부터 80회까지 수많은 스타들이 오고 간 SBS <강심장>에는 수많은 토크들이 발자취를 남겼다. 톱스타 연예인이 나오든, 다소 주목받지 못하는 연예인이 나오든 <강심장>은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주목했고, 매 회 시청자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토크들이 등장하곤 했다. 초반 토크의 자극성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요즘처럼 수많은 매체에서 스타들의 ‘말말말’을 쏟아내는 시대에 스타의 이름값보다 토크의 재미로 승부한 <강심장>의 성공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강심장>은 어떻게 SBS의 대표적인 토크쇼가 됐을까. 7일 역대 ‘강심장’들이 한 무대로 모이는 왕중왕전을 보기 전, <강심장>의 ‘강심장’이 될 수 있는 ‘좋은 예’들을 훑어보자. 웬만해선 이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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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는 과거일 뿐
<강심장>은 20여 명의 연예인이 돌아가며 한 사람씩 이야기를 한다. 출연진의 인지도에 관계 없이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형식은 특히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놓는 연예인에게 자신의 입장을 속시원히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24대 강심장 박정아는 <강심장>의 이런 특징을 잘 살린 경우다. 박정아는 2004년 SBS <남자가 사랑할 때>에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그 후 박정아는 카메라 앞에 나서기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내고 다시 연기 활동을 하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연예인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받는 <강심장>의 포맷은 식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서도 꺼내기 어려울 이야기를 풀어놓고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의 모습에 박수치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다. 자신에게 최소한 몇 분이라도 집중할 시간을 주는 <강심장>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한 번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면 과거는 정말 지나간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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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미지 반전을 노려라
<강심장>은 단지 토크쇼만은 아니다. 때론 춤과 노래, 심지어 뮤지컬까지 등장한다. 특히 슈퍼주니어의 이특, 신동, 은혁이 주도하는 ‘특 아카데미’는 자칫 반복된 토크로 지루함을 줄 수 있는 토크쇼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출연진들의 과거 사진을 찾아내고 노래의 가사, 드라마 대사 등을 활용해 재미를 끌어내는 이 코너는 <강심장>의 빠질 수 없는 감초 코너가 됐다. 하지만 화끈한 웃음을 담당한 이들에게도 사연은 있는 법. 신동은 <강심장>에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며 21대 강심장에 올랐다. 활동 중인 아이돌임에도 소속사마저 제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연애담은 <강심장>을 통해 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도록 만들었다. 지나치게 웃기거나, 지나치게 코믹한 이미지의 연예인이라면 <강심장> 같은 토크쇼를 활용하라. 의외의 반전 한 방으로 이미지 개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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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깔아준 멍석을 최대한 활용한다
동생이 개그 아카데미 원장님으로 활약한다면 누나는 춤으로 승부한다. 이특의 누나 박인영은 35대 강심장에 출연, 2AM의 조권과 커플 ‘깝춤’을 선보였다. 여느 연예인도 쉽게 따라할 수 없던 조권의 댄스를 능가하는 박인영은 출연진 및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동생에게 민폐가 되면 어쩌나”하고 걱정하면서도 토크쇼 내내 재치있는 행동과 멘트로 동생 이특을 능가할 만큼의 예능감을 선보였다. 김제동의 누님과 어머님, 안문숙의 어머님 등 연예인 자신 보다 가족이 더 재밌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어느 출연자에게든 놀자리를 확실히 펼쳐주는 <강심장>의 특성은 누구라도 스타로 만들 수 있다. 개그의 피만 있다면 연예인의 가족이라도 출연할 수 있다. <강심장>만의 포맷과 분위기가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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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
남들이 부끄러워하는 일도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호감이 될 수도 있다.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는 연예인이라면 가장 숨기고 싶은 성형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높은 목소리톤만큼이나 ‘성형계의 블루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광희의 멘트는 출연진을 충격에 빠뜨렸다. “얼마나 성형을 했길래 블루칩이냐”는 질문에 광희는 “한 일 년을 누워있었다”고 말하며 한 마디로 정리한다. 한 명씩 돌아가는 토크 형식에 기대 광희는 자신에게 기회가 올 때마다 최대한 자신을 부각시켰다. 수술을 한 후 환호하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다 코 성형을 다시 해야 했다며 하는 김에 이마까지 성형했다는 그의 말은 출연진이었던 싸이 말대로 “혼이 나갈”정도 였다. 도저희 광희의 현재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과거 사진을 공개하며 “엄마, 원장님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광희는 남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제대로 폭로한 강심장이었다. 광희는 이 날 <강심장>을 통해 단번에 성형수술 전문 아이돌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질 수 있었고, 그가 원하는대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진입할 수 있었다. <강심장>은 20여명의 출연자들 모두에게 자리를 준다. 그리고 발언권도 준다. 그 기회만 잡는다면 누구든 작은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다. <강심장>이 화요일 밤에 여전히 강한 토크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다.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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