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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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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최의민(왼쪽), 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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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최훈과 최의민은 만화 작가다. 정확히 말하면 웹 카투니스트다. 상상력으로 먹고 산다. 그래서일까. 둘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뭐든 깊게 생각하려 한다. 온종일 그럴 때도 있다. 둘은 아픈 부위마저 같다. 어깨와 허리다.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작업하는 탓에 직업병이 생겼다. 그래서 최의민은 최훈과의 만남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했다. 최훈 역시 “옛날의 내 모습을 본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1편에서 계속


스투 팬들과 자주 소통하는 편인가.

최의민 일방통행이다(웃음). 리플은 확인하지만 대응하진 않는다. 협박성 글이 너무 많아서다. 특정 선수를 이상하게 묘사한다고 욕설을 써놓는 경우가 너무 많다. 대화가 통할 것 같으면 리플을 달기도 한다.


최훈 나는 내 카툰을 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웃음).


최의민 댓글을 보면 힘을 나지 않나. 칭찬이나 논리적인 글은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최훈 그래도 사절하겠다(웃음). 최의민 작가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나.


최의민 첫 느낌에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사실 내가 그리고도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콘셉트를 주기란 무척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최훈 최의민 작가의 그림은 살아있는 얼굴 표정이 제 맛이다.


최의민 만화적으로 재밌는 표정을 잡아 그릴 뿐이다. 선수들을 희화화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부러 콘셉트를 그렇게 잡은 적은 없다. 있는 그대로를 그리려고 노력한다. 최근 카툰에 출연시킨 걸 그룹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악의를 가지고 그리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묘사했을 뿐이다. 믿어 달라.


[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최훈


스투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캐릭터는 누구인가.


최의민 김주찬(롯데)이다. ‘로보캅’처럼 뇌를 노출시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사람을 어떻게 하드코어하게 그릴 수 있냐는 지적에 최근 머리에 캡을 씌워버렸다. 인터뷰를 통해 얼굴이 공개돼 선수가 때리려고 찾아오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웃음).


최훈 야구만화를 그린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최의민 작가만이 내 말을 공감할 것이다.


최의민 그래서 빨리 ‘로또’에 당첨되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당장 카페를 차릴 거다. 색다른 소재로 내 그림을 편하게 그릴 거고. 야구도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토요일 저녁 8시 45분은 늘 내게 가혹하다.


최훈 아내에게 ‘로또’만 당첨되면 미국에서 살자고 한 적이 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그런데 실제로 구매를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내로부터 ‘로또부터 사고 그런 말 좀 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최의민 나는 자동으로 매주 5천 원씩 구매한다.


최훈 나는 하나의 집합만 고집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그 시스템을 몰라 5장을 모두 같은 조합으로 걸었다. 친구의 조언으로 이제는 어떻게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웃음).


스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


최의민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는 편이다. 크게 도움을 받진 않는다. 한탄강에서 노래만 부르고 올 때가 태반이다. 자전거를 타도 마찬가지다. 경치만 눈에 들어온다. 괜히 설레기만 하고. 차라리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검색하는 게 나은 것 같다.


최훈 여자 친구가 없나.


최의민 그렇다. 지금은 만날 시간도 기회도 없다.


최훈 생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텐데.


최의민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실정에선. (잠시 말을 멈춘 뒤)카툰을 그리며 많이 예민해졌다.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그렇다. 그들이 만화작가의 생활을 모르다 보니 하소연도 할 수 없다. ‘네가 해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최훈 나 역시 친구들이 ‘힘들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 회사원들인데 내가 제일 편한 직업을 가진 줄 착각한다.


[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최의민


최의민 어쩜 그렇게 비슷할까. 내 친구들도 내게 게으르다고 잔소리를 할 때가 있다.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도 모르고.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최훈 작업과 일상을 구분할 줄 알면 된다(웃음). 카툰을 한 번에 다 그리려는 습관을 버리는 건 어떨까. 끊어서 작업하는 버릇을 익히면 조금 나아질 거다. ‘이 컷은 재미있을까’라는 강박관념도 피해라. 경험상 생각을 많이 담은 컷일수록 재미는 반감됐다.


최의민 정확한 지적인 것 같다. 어떻게든 재밌는 컷을 끼워 넣겠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강박관념이 무척 심한 것 같다. 사실 내 카툰은 등장인물만 야구선수들이지, 줄거리는 ‘괴짜가족’에 가깝다. 앞으로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최훈 나는 도망갈 구멍도 없다(웃음). 줄거리가 없으니까.


최의민 사실 작업을 하며 ‘최훈 작가는 작업을 어떻게 진행할까’ 무척 궁금했다. GM, 삼국전투기, MLB카툰 등을 어떻게 동시에 작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최훈 여기저기 넘어 다닌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생각을 전환했다.


최의민 한 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걸 하지 못해 물어본 질문이었다.


최훈 나 역시 마찬가지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한다. 그래서 당시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최의민 불암콩콩코믹스 中


최의민 이런 고민도 있다. ‘알아서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그리면 사람들이 좋아해준다. 긴 고민 끝에 완성하면 반대의 반응이 돌아오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걸까.


최훈 댓글을 보지 않는 게 정답 아닐까. 네티즌의 반응이 좋으면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음 작품을 그리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최의민 사실 리플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의미 깊은 내용이 보이면 내용에 바로 녹이기 때문이다. 최훈 작가의 카툰에 달린 댓글을 차용한 적도 있다. 초창기 조명했던 랜디 존슨이 그런 케이스였다. 2009년 통산 300승을 거뒀을 때 똥 묻은 공을 건네주는 장면을 그린 적이 있다. ‘똥칠할 때까지 던지라’는 의미에서. 그런데 만화에서 존슨은 결국 똥냄새를 맡고 사망했다.


최훈 그런 스토리를 구성하는 건 능력이다. 말만 들어도 그림이 떠오른다(웃음).


최의민 댓글을 확인하고 싶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아우 배 아파’, ‘대변 마려워’ 같은 리플이 한때 주를 이뤄서. 계약기간만 채우고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최훈 댓글을 확인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그런데 최근 걱정이 생겼다. 딸이 최근 인터넷 이용방법을 터득했다. 내 카툰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 악성댓글을 읽고 놀랄까봐. 딸은 그런 아빠의 마음도 모르고 수북이 쌓인 수백 개의 쪽지를 보며 아빠를 부러워한다.


최의민 결혼은 어떻게 하게 됐나.


최훈 유럽으로 떠난 배낭여행에서 아내와 처음 조우했다. 아내는 친구들과 프랑스 파리 시내를 배회하던 중 발견한 아름다운 동양 여성이었다. 한 손에 한글이 쓰인 가이드북을 들고 있어 한국 사람임을 단번에 눈치 챘다. 어렵게 말을 걸어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는데 귀국한 뒤에도 마음이 맞아 연락을 주고받았다. 오랫동안 만남을 이어가다 일본 유학을 앞둔 1998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최의민 드라마 ‘파리의 연인’ 같다. 만화로 표현해도 괜찮겠다.


최훈 살면서 운이라는 게 많이 작용한 것 같다. 만화도, 아내와의 만남도.


최의민 나도 그런 사람을 빨리 만나야 할 텐데.


스투 최훈 작가는 댓글을 읽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의민 작가처럼 도움이 되는 리플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최훈 프로야구 카툰 中


최훈 인식공격이 담긴 댓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배설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가끔 정곡을 짚는 리플을 볼 때가 있다. 내 머릿속을 꿰뚫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럴 지적을 볼 때면 얼마나 뼈아픈지 모른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한다.


최의민 나 역시 욕설이 담긴 글은 웃어 넘긴다. 하지만 타당한 이유와 함께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 대충 그렸네’라고 지적하는 글을 보면 자격지심이 생긴다. 주변의 친구가 아닐까 의심도 들고.


최훈 웹 카툰을 그리면서 목표를 세웠다. 내 카툰에 댓글을 달지 않는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풀, 메가쑈킹(고필헌) 등 1세대 웹 카툰 작가들의 사례를 보며 깨달았다. 독자와 얽히지 않는 것이 내가 취해야 할 태도라는 걸. 물론 예외도 있다. 장문의 따스한 편지다. 정성스레 답장을 해준다. (잠시 말을 멈춘 뒤)독자와의 관계는 과거 일방통행이었다. 신문, 잡지에 실리는 게 전부라 그 반응을 알 길이 전무했다. 지금은 피드백이 많아졌다. 이는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작가가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독자들이 난리를 치면 드라마의 결말까지 바꾸는 시대 아닌가. 작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위해서라도 댓글은 앞으로도 지양할 생각이다.


최의민 최훈 작가의 말 속에서 용기를 얻게 된다. 나는 악성댓글만 없으면 된다. ‘때려 쳐’, ‘그만둬’와 같은 잔인한 말을 앞으로는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부탁이다.


최훈 최의민 작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어떤 만화를 좋아하나.


최의민 명랑만화다. ‘지혜가 쫀득쫀득’과 같은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 어린 시절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를 즐겨봤다. 특히 ‘쿤타맨’, ‘권법소년’과 같은 만화에 관심이 많았다. 김성모 작가의 작품도 무척 좋아하고.


최훈 김성모 작가의 작품은 노력만으로 얻을 수 없는 산물이다. 그건 재능이다. 유도한 웃음이 아니니까. 실제로 만나면 꽤 진지한 분이다. 일간스포츠에 함께 연재를 하며 술을 많이 얻어먹었다.


최의민 꼭 한 번 만나게 해 달라. 팬이다.


최훈 알겠다(웃음). 작업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최의민 그림은 한 시간, 글은 하루에서 이틀 정도 소요된다. 처음 시작할 땐 통통 튀는 대사를 많이 넣었다. 컷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최훈 내가 MLB카툰을 그렸을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생각난 걸 모두 넣지 못해 무척 답답했다.


최의민 최근 고민은 차별화된 표현이다. 15승 고지를 밟는 투수가 쏟아지면 모두 다르게 조명해야 하지 않나. 그게 무척 고민된다.


최훈 최의민 작가가 내가 이전에 밟았던 절차를 그대로 밟는 것 같다.


최의민 그런가. 솔직히 요즘 ‘내가 이거밖에 안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불암콩콩코믹스’도 올해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작업 중이다. 야구를 계속 다룰 자신이 없다. 많이 힘들다.


[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최훈


최훈 실제 사건을 만평으로 표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최의민 나는 처음 만화를 그렸을 때부터 잃을 게 없었다. 친분 있는 선수도 없고 구단 관계자도 몰랐다. 그저 TV나 경기장을 찾아 야구를 보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과감할 수 있었다. 박용택(LG)이 2009년 타격왕을 받았을 때 졸렬하게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선수가 상처를 받을까 고민도 됐지만 그저 재밌으면 그만이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과감했던 나를 잃어버렸다. 많은 독자들이 생기면서 조심스러워졌다. 표현에도 점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최훈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MLB카툰을 그릴 때 과감하게 표현했으니까. 프로야구를 다루며 선수들이 카툰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악성댓글을 보면 아픈데 그걸 선수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최의민 그렇다고 매번 파이팅으로 끝을 맺을 수도 없지 않은가.


최훈 그런 생각에 휘둘려선 안 된다. 촌철살인이 담긴 건전한 비판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내 경우 투수 혹사와 데드볼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판하려 한다. 선수들이 다치는 게 너무 싫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있다. 정작 선수들은 혹사를 기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정을 받는다고 좋아한다.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의민 메이저리그 괴물 투수들도 그러한가.


최훈 그렇다. 2000년 뒤 메이저리그 자료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성적의 주기가 지그재그 형태를 띠는데 결국에는 망가지고 만다. 그래서 지금의 LG가 걱정된다.


최의민 LG는 올해 상승세다.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최훈 혹사를 계속하다간 언제 망가질지 모른다. 물론 감독과 팬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스투 최훈 작가는 언제부터 야구를 접했나.


최훈 아버지가 야구광이었다. 어린 시절 목마를 태우고 자주 동대문야구장을 찾았다. 그 덕에 고교 명승부를 여럿 구경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선린상고와 경북고의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다. 홈으로 슬라이딩을 하다 중상을 입은 박노준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프로 출범 뒤 아버지는 고향인 광주를 연고로 둔 해태를 응원했다. 부산 출신인 어머니는 롯데였다. 롯데에서 월급까지 받았으니 당연했다.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는 부모 밑에서 나 역시 다른 팀을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택한 구단이 LG(당시 MBC)였다. 나는 서울 출신이기도 하니까(웃음). 최근 딸을 LG팬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생각보다 쉽진 않다. 모자 등을 사줬는데 시큰둥해한다. 어렸을 때 나처럼 다른 구단을 응원할 것 같다.


[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최의민


스투 최의민 작가는 카툰을 통해 이성열(두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최의민 2008년 두산 유니폼을 입을 때 처음 알게 됐다. 잠재력이 상당해보였다. 나이도 같았고. 드라마틱한 요소까지 갖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응원할 맛이 날 것 같았다. 삼진을 많이 당하지만 방망이를 참 시원하게 돌리지 않나. 그런데 지난해부터 그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조금씩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손을 뗄 때가 온 것 같다(웃음).


스투 어린 시절부터 두산 팬이었나.


최의민 정확히 말하면 OB팬이었다. 1994년부터 야구를 봤으니까. 홍성흔(롯데), 정수근, 김동주(두산) 등을 무척 좋아했다. 최근에는 SK가 눈에 들어온다. 김성근 감독의 일관성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솔직히 구단을 응원하진 않는다. 선수만 좋아한다.


최훈 그것도 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스투 최훈 작가에게 묻는다. 최의민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최훈 연재 전부터 즐겨봤다. 볼 때마다 재미있었다.


최의민 영광이다.


최훈 주변에서 영역을 침범 당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더라.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영역 자체가 다르다는걸 알았기 때문에. 하지만 내 방식과 비슷했다면 충분히 견제했을 거다. 이런 카툰이 다양하게 늘었으면 좋겠다.


스투 최의민 작가는 카툰에 플래시 등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데.


최의민 캐릭터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다. 스크롤보다 넘기는 만화를 선호한다. 사실 플래시를 만들 줄 모른다. 한 장 한 장 그린 뒤 모션을 넣어 비슷한 효과를 기대했다. 기회가 된다면 효과음이나 배경음악(BGM)도 함께 삽입하고 싶다. 카툰의 스릴을 더 높이고 싶다.


스투 카툰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떠한가.


최의민 부모님은 정확히 뭘 하는지 모르신다. 저녁마다 TV 앞에 앉아 야구만 보는 줄 안다. 주위에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도 없다. 그래서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하고 있다. 카툰의 댓글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위에서 생소함을 이야기할 때마다 조금 더 대중적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숙제 같다.


최훈 나 역시 주위에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가 없다. 40대가 되니 대부분 만화까지 멀리한다. 굳이 읽겠다고 하면 만류한다. 친구 사이에 야구만화를 모른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까. 최근 고민은 다른 곳에서 벌어진다. 큰 딸이 내 카툰에 관심을 갖는다. 혹여 악성댓글을 읽고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다. 집에 갈 때마다 ‘애들 보라고 그리는 거 아니야’라고 강조하긴 하는데,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의민 최훈 작가에게 궁금한 게 있다. 건담 패러디를 자주 봤다. 사람들이 잘 모를 수도 있을텐데 걱정되지 않나.


최훈 모든 독자가 다 알아주길 바라고 그림을 그리진 않는다.


최의민 패러디를 자주 쓰고 싶은데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고민이 돼 물어봤다. 그렇다고 장황한 해설을 붙일 수는 없으니까.


[최훈·최의민 만나다②]새로운 길을 트다 최의민(왼쪽), 최훈


최훈 MLB카툰을 그렸을 땐 선수들 배치에까지 의미를 부여했다. 알아주길 바라고 한 건 아니었다. 스스로 만족하면 그만이었다.


스투 국내 야구만화 작가는 둘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일까.


최훈 힘들다. 만화계가 무너지기도 했고. 웹 카툰이라는 영역이 생겼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포털사이트에서 마음만 먹으면 모두 직장을 잃을 수 있다. 수익성이 적다보니 장사가 되지 않으면 가장 먼저 접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절벽 위를 아슬아슬 걷는 형국인데,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친구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내가 제일 편하게 사는 줄 안다.


최의민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 경력이 짧아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이왕 잡은 기회를 열심히 살리려고 노력 중이다.


최훈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최의민 솔직히 큰돈을 만질 생각은 없다. 가장 많이 팔리는 만화책의 작가도 하소연하는 실정이니까. 내 직업을 신기해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하지만 부러워하는 눈빛은 본 적이 없다.


최훈 최의민 작가는 잘 할 수 있을 거다. 센스가 있으니까. 최근 개그맨 최효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코미디계도 센스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하더라. 무작정 그림을 잘 그린다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지금의 재능을 잘 이용하길 바란다.


최의민 감사하다. 나중에 힘들 때가 오면 꼭 조언을 부탁한다. 탄탄한 동아줄을 기대하겠다.


최훈 매일 작업실에 쳐 박혀 일만 하는 사람이다.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나.


최의민 아니다. (고개를 숙이며)꼭 부탁한다. 다시 돌아가 작업할 생각을 하니 숨이 막힌다.


최훈 나도 저녁까지 마감할 게 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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