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15살이면 자연스레 마약을 하고 손에 총을 쥐게 되는 곳, 베네수엘라. 거리에 총성이 빈번한 그 곳에서 총 대신 지휘봉을 든 소년이 있었다. 15살 때부터 지휘를 배우기 시작한 소년은 3년 뒤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됐고, 28살이 되던 2009년엔 LA필하모닉 최연소 지휘자의 자리에 올랐다. '음악이 나의 삶을 바꿨다'고 말하는 구스타보 두다멜(30)의 얘기다. 그가 범죄와 마약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건 모두 빈민층 청소년을 음악으로 보듬는 베네수엘라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의 힘이었다.
구스타보 두다멜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엘 시스테마와 같은 예술교육을 펼치려는 사람들이 손을 맞잡았다. 지휘자 정명훈, 첼리스트 정명화,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5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푸치니바에서 출범한 한국판 엘 시스테마 '꿈의 오케스트라'의 후원 네트워크에 참여해 앞으로 소외 아동의 멘토로서 자문과 후원을 맡기로 했다. '뛰어난 연주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엘 시스테마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 받아 한국의 엘 시스테마를 만들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이대영)이 함께 마련한 이번 네트워크 출범으로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대표적인 공연장은 물론 서울시향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의 주요 음악 관계자도 '꿈의 오케스트라' 지원에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네트워크는 앞으로 전국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강사 500명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베네수엘라 현지를 찾아 엘 시스테마 연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게 된다.
장한나씨는 이와 관련해 "음악은 환경이나 여건에 상관없이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며 "꿈의 오케스트라가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과 청소년에게 꿈과 즐거움을 심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해 인천과 부천, 대전, 춘천, 부산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꿈의 오케스트라'를 시범 운영했으며, 올해엔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후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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