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투명하고 체계적 거래로 TV교체 수요 자극, 한국은 주먹구구식 매매 여전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회사원 서모씨는 1년 6개월전에 구입한 40인치 LCD TV를 3D스마트TV로 교체하려다 최근 포기했다. 당시 200만원을 넘게 주고 구입했던 TV를 팔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그렇다고 무작정 폐기처리하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TV가 3D와 스마트기능 등의 탑재로 인해 IT 기기화하면서 교체주기가 단축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에서는 중고TV 의 투명한 거래를 위한 업체들의 자구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중고TV 매매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업계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최대 가전양판점인 베스트바이가 연이어 중고TV거래 투명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베스트바이는 연초 '바이백(Buyback)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제품 구입시 소정의 수수료를 내면 일정기간 중고가격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보상한도는 TV 사용기간에 따라 구입금액의 최고 50%(6개월 이내)에서 20%(4년 이내)까지다. 예를 들어 4년 전에 1500달러를 주고 구입한 TV를 베스트바이가 300달러에 무조건 되사주겠다는 것이다. 베스트바이는 이 금액을 쿠폰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자사 양판점에서 다시 제품을 사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중고TV 매매의 번거로운 과정을 해소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아마존도 최근 '트레이드 인 허브(Trade-In-hub)'를 오픈했다. TV 등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전자책, DVD 등의 교환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일정금액의 신용(Credit)를 제공한다. 중고제품의 상태도 상ㆍ중ㆍ하로 구분해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신제품부터 중고품,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 후 재판매되는 리퍼비시 제품까지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중고TV를 처분하려면 옥션 등 몇몇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거래를 해야 하거나 중고제품 취급업체에 팔아야 하는데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현실이다.
투명한 중고TV의 제품거래 활성화는 TV 신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서도 풀어야 할 주요한 숙제 중 하나다. 작년부터 3DTV에 이어 스마트TV, 또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의 패널을 적용한 3DTV 등이 연이어 출시될 예정이어서 현재 약 7년정도로 추정되는 TV교체 주기 단축하지 않고는 판매확대를 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브라운관에서 평면TV시대로의 전환에는 굳이 중고TV에 대한 대책이 필요없이도 폭발적 판매성장을 이뤘지만 PDP와 LCD 등 평면TV 가 대중화된 현 시점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유통업체들이 정액제 중고TV 보상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힘들다"며 "미국과 같은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TV거래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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