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업대책인 '청년인턴제'가 주요 공공 금융기관으로부터 갈수록 외면당하고 있다.
25일 아시아경제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산은금융지주,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정책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10개 기관의 청년인턴 채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9년에만 '성의를' 보였을 뿐, 해가 갈수록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책 실효성을 좌우하는 정규직 전환은 그 사례를 꼽기가 민망한 수준이어서 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청년인턴 제도'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규모 '줄이거나 없애거나'=금융 공기업들은 청년인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24명의 청년인턴을 뽑았던 산은금융지주는 올해 3분의 1도 안되는 7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도 지난해 102명 보다 11.2% 줄어든 90명을 뽑는데 그쳤다. 또 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대다수 금융 공기업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였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 75명을 뽑았지만, 지난해에는 아예 채용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턴기간을 실무부서 근무 경력으로 인정해 정식채용 전형에서 가점을 줬지만, 단 한명도 합격하지 못했다"며 "이후 내부적으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난해부터는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2008년 대학생 인턴십을 소규모로 운용했을 뿐, 청년인턴은 3년째 계획하지 않아 청년인턴제도에 가장 비협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전환 '하늘의 별따기'=주요 국책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은 공기업 평균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공기업들의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의무고용 비율까지 제시하면서 압박하고 있으나 금융 공기업에는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0년 공공기관 청년인턴 채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84개 공공기관에서 채용한 청년인턴 1만4588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 인원은 600명(4.11%)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산은금융은 같은 기간 청년인턴 224명 가운데 단 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그쳤다. 정규직 전환비율이 1.3%에 불과한 것이다.수출입은행도 102명 가운데 3명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여 평균치 밑이였고 , 예보는 30명 가운데 한 명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년인턴 효용성 '갑론을박'=해당 금융 공기업도 할 말은 많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 때 20% 이상을 청년인턴 경험자로 뽑도록 의무화하는 '2011년도 공공기관 청년인턴제 운영지침'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특히 지침 준수 여부를 체크해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키로 하면서 해당 기관의 불만이 높다.
캠코, 예보, 기보, 신보, 주택금융공사 등 이에 해당하는 기관들은 저마다 20%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는 등 뒤늦게 정책 수용에 적극 나서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은금융 관계자는 "금융권의 경우 정규직 채용때 상대적으로 스팩이 뛰어난 인재들이 지원하는 만큼 인턴십 경력자에게도 시험, 면접 등 전형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며 "인턴기간을 거쳤다는 이유로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면 형평성 시비가 불거져 조직문화를 헤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보 인사담당 임원은 "청년인턴의 경우 각 실무부서에 배치되는 만큼 해당 부서장 외에 평가자가 없어 합격과 탈락의 기준을 정하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며 "정규직 의무전환 비율을 정해주면서 인턴 채용 규모도 늘리라는 것은 조직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인력배치에 나서야하는 인사담당자로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조태진 기자 tj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