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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K] 포르투갈 '서울바라기' 히칼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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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K] 포르투갈 '서울바라기' 히칼도의 추억 [사진=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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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브라질 외국인 선수가 K리그를 휩쓸던 2000년대 중반.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와 다부진 체격의 포르투갈 미드필더가 모두의 눈을 사로잡았다. 눈에 띄는 외형만큼이나 실력도 돋보였다. 날카로운 오른발 킥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고, 그림같은 프리킥은 상대 골문에 꽂혔다. FC서울의 히칼도였다.

히칼도는 포르투갈 청소년대표 출신의 촉망받는 미드필더였다. 시대를 구분하자면 '황금 세대'로 불린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후앙 핀투 바로 다음 세대 선수다. 맨유 수석코치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가 그의 스승이었다. 유망주임에는 분명했지만 국제무대에서 그를 보기는 어려웠다.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쟁쟁한 선배들이 오래 뛰면서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한" 탓이었다.


주로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어오던 그는 2005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FC서울에 입단해 3시즌 동안 검정과 붉은색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며 71경기에 나섰고 8골 23도움을 기록했다. 이적 첫해에는 정규리그 도움왕에 올랐고, 같은 해 K리그에 데뷔한 박주영(AS모나코)의 '도우미'로도 명성을 떨쳤다. 그의 활약에 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은 '히칼도송'까지 만들어 화답했다.

이장수 당시 서울 감독도 그의 적응을 적극 도왔다. 축구는 만국공통어지만 훈련 방식은 천차만별인 법. 히칼도는 그냥 운동장 10바퀴를 뛰는 '한국식 훈련'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그 대신 드리블로 20바퀴를 돌라면 군말 없이 도는 그런 스타일이었고, 이 감독 역시 이를 배려했다. 덕분에 K리그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동료들과의 관계 역시 좋았다. '쾌남'이었던 그는 국내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졌다. 특히 언어가 통하는 브라질 출신 아디와는 형제같은 사이였다. 본인은 물론 가족도 한국 생활을 만족스러워했다.


[스토리K] 포르투갈 '서울바라기' 히칼도의 추억 [사진=FC서울 제공]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 '터키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 부임 이후 히칼도는 주전 명단에서 자주 빠졌다. 짧은 패스 위주의 빠른 공격 전개를 선호하는 귀네슈 감독에게 히칼도의 롱패스는 매력이 없었다. 젊은 선수 위주의 팀 리빌딩도 한 몫했다. 히칼도를 좋아한 많은 팬들은 그의 투입을 원했지만 감독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실타래는 자꾸만 꼬여갔다. 그전까지 본인 위주의 플레이에 익숙했던 히칼도는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어지자 초조해졌다. 언어 문제까지 더해졌다. 히칼도와 귀네슈 감독의 대화를 위해서는 포르투갈어-영어-한국어-터키어의 4중 통역이 필요했다. 과정 속에 오해가 생기는 건 당연했다.


몇 차례 충돌이 이어졌고, 귀네슈 감독은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히칼도에게 여러 차례 경고를 내렸다.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귀네슈 감독은 시즌 도중 기자회견을 통해 히칼도를 퇴출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방적인 방출 통보였다.


다행히 이후 면담을 통해 갈등은 진화됐지만, 결국 2007 시즌이 끝나고 히칼도는 재계약에 실패하며 포르투갈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그는 포르투갈 2부리그 CD트로펜스로 이적, 팀의 우승과 1부리그 승격에 공헌했다. 그렇지만 마음은 늘 서울을 향해 있었다. 서울행을 도왔던 에이전트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도 "기회만 된다면 서울에서 꼭 다시 뛰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페이스북 사진도 서울 시절 모습이다.


히칼도의 K리그 시절을 함께했던 에이전트 김학렬 오앤디 이사는 "포르투갈에서 데려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선수다. 발굴에만 한 달, 데려오는 데 두 달 걸렸다. 서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선수 자신도 서울을 정말 좋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숨겨진 비화도 귀띔했다. 김 이사는 "사실 서울을 떠날 때 더 많은 연봉에 히칼도를 영입하려는 K리그 구단이 있었다. 그런데 히칼도가 단칼에 거절했다. 자신은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그런 선수가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히칼도는 트로펜스 이후 다른 팀에서 한 시즌을 더 뛰고 지난해 선수 경력을 마쳤다. 지금은 지도자 연수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아디가 휴가 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포르투갈을 방문, 히칼도의 집에서 며칠 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김 이사는 "멋진 선수였다. 지금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에이전트 생활을 하며 몇 안 되는 정말 프로페셔널한 선수였다. 한국 생활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서울 팬들이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라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스토리K] 포르투갈 '서울바라기' 히칼도의 추억 [사진=FC서울 제공]


히칼도는 2007년 겨울 포르투갈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인천공항에 배웅나온 서울 서포터즈와 마주했다. 서울에서 보낸 3년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히칼도에겐 특별했다. 본인 위주의 전술을 선호한 탓에 여러 팀을 떠도는 '저니맨'이었지만 서울은 달랐다. 선수 경력을 통틀어 유일하게 3년을 뛴 팀이었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서울팬들의 따뜻한 위로와 환송에 그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실 히칼도는 귀네슈 감독과 충돌했던 2007년 중반 곧장 포르투갈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기존의 플레이 방식까지 포기하며 잔류를 택했다. 마음을 돌렸던 이유는 서울을 향한 애정이었다. 그 때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백하듯 말했다.


"서울에서 더 뛰기로 결정했던 것은 순전히 팬들 때문이었다.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을 사랑한다. 어쩌면 너무 사랑하지는지 모르겠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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