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몰아보니 공인연비보다 2~4km 덜나와..성능은 무난
[양양(강원)=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차 전용모델로 탄생했다. 기아차 K5 하이브리드가 기존 가솔린 모델과 똑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것과는 차별화했다.
온 가족이 탈 수 있는 넉넉한 실내 공간과 디자인을 다르게 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24일 시승했다. 2주전 K5 하이브리드 시승을 했던 만큼 비교가 불가피했다. K5 하이브리드가 가급적 일반 자동차와 가깝다는 점을 어필했다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승 코스는 강원도 양양에서 정동진까지였다. 시간상으로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승을 위해 만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전면부 변화가 두드러진다. 기존의 윙타입 그릴에서 현대차 특유의 헥사고날 그릴을 채택해 보다 날렵한 느낌을 준다.
차에 올라 시동버튼을 누르자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에 전원이 들어올 뿐 엔진음은 들리지 않았다. 시동은 전기만 사용하는 만큼 엔진은 작동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를 수차례 타봤지만 그때마다 시동이 걸렸는지 재차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양양과 정동진을 왕복하는 코스로 갈 때는 국도를, 올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K5 하이브리드와 똑같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만큼 차의 성능이 더욱 탁월하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었다.
다만 K5 하이브리드 시승 때와 달리 코스 길이가 길어져 보다 실제 주행에 가깝게 운전할 수 있었고, 이는 실연비를 측정하는데 도움이 됐다.
국도를 따라 이동하니 계기판 좌측에 'EV' 신호가 깜박였다. 전기차 모드일 경우에는 'EV' 표시등이 켜지는 반면 엔진이 작동하면 이 신호가 꺼졌다. 시속 60km에 달할 때까지 EV가 작동했다. 물론 배터리 잔량이 충분했을 때에 한한다.
높아진 기온 때문에 창문을 열고 평소 운전 습관대로 달렸다. 약 1시간 후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연비는 19.8km/ℓ를 가리켰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K5 하이브리드 시승 당시에는 자유로를 시속 60km로 달렸는데, 23.4km/ℓ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연비를 높이기 위해 주위 흐름과 무관하게 차를 몬 측면이 있다.
양양으로 올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이번에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했다.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전까지 평균 18km/ℓ에 달했던 연비는 고속도로로 진입한 이후 16km대로 떨어졌다. 시속 100km 이상을 유지하면서 전기보다는 가솔린 소모가 더 큰데다 에어컨 마저 가동했기 때문이다.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연비는 17.2km/ℓ를 가리켰다.
다만 정속주행을 할 경우 110km에서도 전기모드로 전환되는 만큼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연비를 아끼는 지름길임이 분명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21km/ℓ인데, 정상적으로 차를 몰 경우 연비 차이는 적게는 2km에서 많게는 4km까지 차이를 보였다. 그리 높은 차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차감이나 성능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일반 자동차처럼 순간적으로 가속을 내는 능력을 떨어지지만 하이브리드차가 연비를 아끼기 위해 탄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만 하다.
실내 공간도 넓었다. 다만 트렁크는 배터리 등이 추가되면서 좁아졌다. 그래도 골프백 2개 정도는 실을 수 있다.
회사 측은 2년6개월 정도 타면 가솔린 쏘나타의 연료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연비를 감안하면 4년 이상은 타야 회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향후 수 년 뒤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경우 제 값을 받을지도 사실 의문이다.
고효율의 연비와 적어도 5년 이상 차를 탈 자신이 있는 운전자라면 쏘나타 하이브리드 구매를 검토해볼만 하다. 가격은 프리미어와 로얄이 각각 2975만원과 3295만원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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