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이틀 앞둔 21일,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수천명의 추모객들이 다녀갔다.
이날 저녁 7시에 시작된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위해 2000석이 마련됐지만 3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석하면서 추모객들이 봉하산 밑자락에까지 자리를 잡기도 했다.
차량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임시 주차장부터 묘역에 이르는 길가에는 노란 바람개비를 따라 유모차를 밀며 걷는 젊은 부부에서 전동 휠체어에 올라탄 노인까지 다양한 모습의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인 곳임을 증명하듯 인파 속에서 노란 배지를 달거나 노란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해맑게 웃는 와중에도 안내소 앞 쉼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의 노래를 들으며 눈가를 훔쳐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생가를 뛰놀던 아이들도 부모들의 숙연한 표정 앞에 잠시나마 몸을 움츠렸다.
이날 오후 5시를 넘기면서 사람들은 하나둘 부엉이바위 아래 자리한 묘역 옆 잔디밭을 향해 모여 들었다.
7시에 시작될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흐린 하늘이 빗방울을 뿌려댔지만 노무현 재단이 마련한 노란 우비를 받아든 사람들은 빗줄기를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의자로 준비된 2000여석도 모자라 돗자리를 깔고 잔디밭에 앉은 사람, 봉하산 밑자락까지 산을 타고 올라가 자리 잡은 사람 등 30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저녁 7시. “실제로 보니 그리 못생기지 않았지요?”라고 입을 연 김제동은 “비가 와야 꽃이 피고, 사람이 자랍니다. 울어야 사람이 자랍니다. 하지만 올해부턴 좀 웃으세요. 오늘 이 자리에선 울면 구속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중간 노 전 대통령을 기릴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지만 끝내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중간중간 흩뿌려진 빗줄기에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김제동이 무대를 내려가기 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을 “노무현 아저씨”로 칭한 문안인사에 이어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시간에 이르자 시민들은 모두 전화기를 꺼내들고 촛불 대신 흔들었다.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릴 때마다 장내에 숙연한 분위기가 돌곤했지만, 풍자와 함께 하는 군더더기없는 김제동의 언변에 추모객들은 즐겁게 자리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마당, 김제동의 노하우(knowhow)’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이날 행사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대담, 시민들과 함께 생전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상록수’를 합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노무현재단 측에 따르면, 추도식 전날인 22일에는 봉하마을에서 추모문화공연 ‘사람사는 세상이 돌아와’가 노 대통령 묘역 옆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자리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같은날 부산대학교에서도 추모문화제가 개최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추도식은 23일 월요일 대통령묘역에서 거행된다.
김해=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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