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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신입 캐디의 '만능 대답'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0초

이맘때가 되면 꼭 기억나는 분이 있습니다.


골프의 'ㄱ'자도 모르던 시절, 클럽 명칭만 외우고 있을 때쯤입니다. 지금에서야 그 분을 알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만큼 유명하신 최OO프로님께서 신입 캐디 교육을 나오셨습니다. 당시에는 연세가 좀 있으신 그 분이 운동선수라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죠.

그 분은 간단한 프로필을 말씀하시고 나서는 딱 한마디만 하십니다. "여러분들은 일을 시작하고 라운드를 나가게 되면 고객님들께 '네' 아니면 '맞습니다'라는 대답만 잘 하면 됩니다"라고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인지라 "네"라는 말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찌질한' 코흘리개 초보 캐디는 드디어 네 분의 고객님을 모시게 됩니다. 고객님께서 "언니, 여기 100m 맞아?"라고 물어보십니다. 신입 캐디는 잘난 척 하느라 "아니 110m 보세요"라고 말합니다. 볼은 그러나 그린을 훌러덩 넘어 갔고 고객님의 믿음은 사라집니다. 신입 캐디인 것도 금방 탄로가 나버렸죠. 눈치만 보며 자신감 없이 일을 하고 있을 때 프로님이 하신 한 말씀이 기억납니다."네!" 그 때부터는 무조건 "네"아니면 "맞습니다"라고 대답했죠.

"네"라고 대답하니 거리에 대한 질타도 없으시고 고객님과 저의 생각이 똑같으니 핑계도 없으십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신입 캐디가 대답도 잘 한다고 칭찬도 해주셨죠. "네" 라는 말이 이렇게 저를 도와줄 줄은 몰랐었는데 돌이켜보니 부정이 아닌 긍정적인 대답이라 저를 도와준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저를 신입 캐디로 생각하시는 고객님을 만나게 되면 "네"아니면 "맞습니다"라는 대답만 합니다. 그럼 일이 훨씬 편해지고 저도 고객님 눈치를 덜 보게 되죠. 가끔씩 쓰는 수법입니다. 이건 정말 탄로 나면 안 되는데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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