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객님께서 카트에 커피를 놔두시고는 5분 후에 다시 오겠다며 클럽하우스로 올라가셨습니다.
고객님은 잠시 후 다시 손에 커피를 들고 나오십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핸드폰을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다고 찾으십니다. 무전을 통해 레스토랑에서 보관 중인 핸드폰을 발견했습니다.
라커 키를 손에 들고 두리번 거리시길래 제가 보관해드리겠다며 반 강제로 빼앗아 카트 구석에 잘 숨기고는 오늘은 고객님의 뒤를 잘 밟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발부터 건망증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동반자 분들과 '큭큭~' 웃으며 한홀 한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라운드를 하던 도중 고객님의 지독한 건망증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고객님께서는 한달에 한번 부부동반 월례회를 다니시는데 그날도 건망증이 심하신 고객님을 꼼꼼히 챙기시는 사모님의 잔소리를 들으시며 골프장에 가셨답니다.
조편성이 여자분과 남자분을 구분해 놔서 "잘 됐다" 생각하며 동반자분들과 내기도 하고 돈도 따며 즐겁게 라운드를 하셨지요. 18홀을 다 마칠 무렵 회사에서 급한 전화가 와서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씻지도 못하시고 바로 회사로 들어가셨는데 돌아가는 차 안에서 뭔가 찝찝한 기분이 자꾸 드신거예요.
"핸드폰도 챙기고 지갑, 가방 다 있는데 뭐가 빠졌지"하며 허전한 느낌을 받으며 운전을 하고 가던 중 전화벨이 울렸어요. "여보~세~요", "당신 미쳤어?", "헉~" 제일 중요한 사모님을 챙기지 못하신 거죠.
돈 따는 재미에 사모님을 버리셨다며 몇 달을 혼나며 이혼당할 뻔했다고 하십니다. 이야기를 듣고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몰랐지만 골프가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겠죠? 이 글을 읽으시는 건망증 증세가 있으신 분들은 다른 건 몰라도 사모님은 '꼬~옥'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