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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마음 녹인 '미소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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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마음 녹인 '미소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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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많으신 노부부 골퍼를 모시게 됐습니다.


오랜 구력 덕분인지 별 힘든 기색 없이 라운드를 하시지만 토닥토닥 다투시느라 정신이 없으십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어떻게 하면 할머니 약을 올릴까 그 생각만 하시는 것 같았어요.

할머니께서 어쩌다 한 번 잘 맞은 공이 나무를 탁 맞고 튕기자 할아버지 고객님은 "아이구, 저기 감 떨어지네. 나무에서 감 떨어졌어"라고 놀리십니다. 할머니는 듣는 체도 안 하시지만 속이 엄청 상하신 게 얼굴에 다 드러나십니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는 벙커에서 몇 번씩 샷을 하고 계시면 또 놀리십니다. "거기서 살림 차려, 할망구야!"라고 말씀하시며 할머니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하시는 것 같았어요. 제가 어떻게 도와 드릴수도 없고 할아버지께 "그만 하세요. 사모님 집에 가시겠어요"라고 말씀드리자 "아가씨~ 괜찮아! 한방에 풀리는 거 있어!"라고 하시는 겁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마음을 풀어드렸으면 하며 다음 홀에 갔는데 할머니께서 또 다시 몇 번씩 실수를 하셨습니다. 그린에 올라오니 할아버지께선 또 "아이구 어디서 매운 냄새가 솔솔 나~", "무슨 말씀이시지?" "흐흐~ 양파 냄새가 나!" 할머니께서는 당연히 폭발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저도 제 남편이었으면 너무 미웠을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한마디 말씀 없이 퉁퉁 부어 다니시는 할머니십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부스럭대며 백에서 뭔가를 꺼내주십니다. 저도 뭔가 궁금해 봤더니 땅콩강정 과자 한 봉지였어요. 할머니께서 제일 좋아하신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금세 웃으시며 "영감이랑 다시는 골프 치러 안와!"라고 하시는 장난 섞인 목소리에 두 분의 오랜 친구 같은 동반 라운드에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날 그 과자 한 봉지를 사서 먹어 봤더니 저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생기더라구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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