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공직사회의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 퇴직자들도 대거 피감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경제가 19일 감사원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공감사법 시행 이후부터 올해 2월까지 재취업한 퇴직자 20명 중 3명이 민간 기업으로 이직했다. 재취업자의 85%는 피감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공감법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시행된 법으로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공공기관에 감사 전담 기구 설치를 의무화한 법이다.
지난해 7월 사표를 낸 이모 부감사관은 국회 입법조사처로 자리를 옮겼고, 같은 달 명예퇴직한 진모 감사관도 한국투자공사로 재취업했다. 제2사무총장을 지낸 박모씨는 금융감독원으로, 고위감사공무원이던 이모씨는 인처경제개발자유구역청으로 이직했다. 이 밖에도 법무부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등 부처로 자리를 옮긴 퇴직자가 5명,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로 재취업한 경우는 6명이었다. 민간 기업에는 부이사관급이던 서모씨와 이모씨가 각각 M사와 S금고로 자리를 옮겼고, 고위 임원이던 박모씨는 명예퇴직 후 S물산으로 재취업했다.
감사원 퇴직자의 피관기관 재취업 현상은 공감법 시행 이후 급증한 것이다. 공감법 시행 전 5년동안 감사원의 퇴직자 재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퇴직한 재취업자 92명 가운데 34명(36.95%)만이 피감기관으로 이직했다.
이처럼 감사원 퇴직자의 피감기관 쏠림 현상은 감사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감사원 고위 간부들이 피감기관에 포진해 있는 경우 후배 감사관들이 제대로 감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감사원 출신 간부에 대한 전관예우 차원에서 해당 기관에 대한 감사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퇴직자의 민간기업 재취업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감사원의 경우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등을 통해 민간금융기업에 대한 간접 감사가 이루어지는 등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민간에서도 감사원 출신 인사의 영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 2006년부터 올해 2월까지 민간기업에 재취업한 61명 중 24명은 저축은행을 비롯해 보험사, 은행 등 금융계로 재취업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고위공직자의 공공기관 재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에서 추진해 온 고위공직자의 전관예우 금지법 개정이 번번히 실패한 만큼 이번에도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감사원 관계자는 "피감기관 재취업 문제가 전관예우로 비춰질 수 있어 고민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행안부의 전관예우 제한법 추진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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