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왜 맨날 우리는 초반부터 강팀만 만나는지 모르겠네요"
제주 유나이티드와 고양KB의 '2011 하나은행 FA CUP' 32강전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경기 시작 전 취재진을 만난 박경훈 제주 감독이 '투정'을 부렸다. 리그는 물론이고 각종 토너먼트 대회에서 초반부터 강팀을 만나 고생한다는 얘기였다.
볼멘 소리가 나올만도 했다. 박 감독이 처음 제주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FA컵 32강전, 상대는 당시 내셔널리그 선두를 질주하던 부산 교통공사였다. 그리고 올해 32강전도 내셔널리그에서 1위를 달리는 고양이었다. 비교적 32강에서 손쉬운 상대를 만나는 다른 K리그팀보다는 까다로운 조건.
"올 시즌 초 정규리그에서도 대전과 상주가 리그 1위를 달리며 잘 나갈 때 만났다. 우린 매번 1위하고만 붙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투정은 반은 맞았고 반은 엄살이었다. 탐색전 끝에 0-0으로 마친 전반과 달리 후반전은 무려 6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이 펼쳐졌다. 제주가 골을 넣으면 고양이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박 감독의 말대로 쉽지 않은 경기였다.
승부가 갈린 것은 후반 41분. 3-2로 앞선 상황에서 강수일의 쐐기골이 터지며 고양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결국 제주는 고양을 4-2 두 골 차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했다.
사실 박 감독이 투덜거린 지난해 부산 교통공사와의 32강전에서도 3-1로 승리한 바 있다. 결국 그의 엄살은 특유의 신사기질에서 비롯된 완곡한 표현의 자신감이었던 셈.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내셔널리그 1위 팀과의 맞대결이라 상당히 부담스러웠는데, 네 번째 골이 터지면서 승리를 확신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러한 상승세를 계속 타서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내년 AFC챔피언스리그에도 다시 나가고 싶다. 리그에서도 선전을 이어간다면 6강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친 박경훈 감독은 또 다른 엄살을 내놓았다.
"그나저나 이거 너무 '뭍'에 오래 나와있어서…내일 아침 제주로 돌아가면 토요일에 전남전을 치르는데 우리가 원정 같을까 봐 걱정이다." 제주는 올 시즌 홈에서 유일하게 4승을 거둔 팀이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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