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유해 돼지고기, 불량 만두에 이어 피임약을 사용해 재배한 ‘불임 오이’가 등장하더니 이제 ‘지뢰수박’이 중국 동부 지방에서 펑펑 터지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장쑤성(江蘇省) 단양(丹陽) 일대 20개 농가의 밭에서 수박이 절로 터지는 기이한 일이 벌어져 45헥타르의 농사를 망쳤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박이 절로 터지는 것은 생장 촉진제인 ‘포르클로르페누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CCTV의 뉴스 앵커는 이를 ‘지뢰수박’이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포르클로르페누론은 사용 금지된 약물이 아니다. 포르클로르페누론은 미국에서 키위와 포도 재배에 이용되고 있다.
난징(南京) 농업대학 원예과의 왕량주(汪良驅) 교수는 포르클로르페누론과 관련해 “적절하게 사용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제”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포르클로르페누론을 너무 늦게 사용한데다 최근 쏟아진 폭우로 터짐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현지에서 생산되는 수박은 껍질이 얇은 종(種)으로 알려져 있다.
터지지 않은 멀쩡한 수박은 상하이(上海)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그러나 포르클로르페누론을 사용해 재배한 수박은 섬유질이 많고 일그러진 모습인데다 씨가 까맣지 않고 하얗다.
현지 농민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수박 농사를 짓게 된 것은 지난해 수박 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편 광둥성(廣東省) 주하이(朱海)와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서는 피임약을 사용해 재배한 오이들이 유통돼 문제가 되고 있다.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 오이에 피임약을 묻히면 생장이 촉진돼 훨씬 크고 육질도 연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오이 판매상은 “유통 중인 오이 가운데 꽃이 시들지 않은 게 있다면 그건 신선해서가 아니라 피임약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배 농민들은 이런 오이를 절대 먹지 않는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이런 오이를 많이 먹을 경우 영구 불임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3월 남부 하이난성(海南省) 싼야(三亞)에서는 길이 1m가 조금 안 되는 콩이 발견되기도 했다. 금지된 농약인 ‘이소카르보포스’를 사용한 탓이다.
이렇게 오염된 콩이 몇몇 성(省)에서 발견됐다. 일례로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 당국은 오염된 콩 3.5t을 폐기처분했다.
중국 언론은 중앙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놓여 있다. 그러나 요즘 식품안전과 관련해 껄끄러운 보도가 여과 없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식품안전 감시에 언론의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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