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K리그의 두 신구(新舊) 감독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 가장 기대하는 유망주 공격수가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딱히 문제점은 없어 보이는데 좀처럼 득점포가 터지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신예 공격수 유준수는 인천이 '제2의 유병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유망주다. 지난해 전국대학선수권에서 고려대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로 인천에 지명됐다. 184cm 80kg의 체격조건은 물론 유연한 몸놀림과 빼어난 기술까지 갖췄다.
이에 비해 활약은 아직 미비하다.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11경기에 출전했지만 아직 골 맛을 못봤다.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 2경기에 불과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임에는 분명하다. 팀동료 박준태가 10경기 모두 교체로만 투입됐음에도 3골을 넣은 것과도 비교된다.
허정무 인천 감독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최근 5경기 3승1무1패의 상승세에 유준수의 득점력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기 때문. 이에 허 감독은 냉정하면서도 애정어린 진단을 내렸다. 유준수가 마치 '어린아이가 음식을 먹다 체한 상태'란 재미있는 비유도 곁들였다.
그는 "어딘가 막힌 곳을 뚫고 나가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며 안타까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더불어 "프로에서 뛰는 것과 대학은 다르다. 경험도 쌓고 프로 맛을 잘 봐야만 된다. 어떤 계기가 생겨야 하는데, 그걸 잡는 이도 있고 더딘 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자질이 있는 선수다. 매 경기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도 같은 고민에 빠졌다. 성남은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의 위용을 잃은 지 오래다. 최대 문제는 공격이다. 시즌을 앞두고 몰리나가 이적한데다 간판 공격수 라돈치치와 송호영까지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10라운드까지 성적은 1승5무4패. 득점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성남이 믿을 만한 킬러는 조동건 하나뿐이다. 2008년 프로 데뷔와 동시에 2경기 연속 2골을 작렬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잇단 부상에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팀 내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올 시즌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개막 후 10경기에 모두 출전, 팀 내 최다 슈팅(19회)를 기록했지만 2골에 그쳤고 그나마 한 골은 페널티킥이었다. 결정적인 기회마다 발끝이 매서움을 잃은 탓이다. 특히 지난달 3일 부산전 이후 리그 6경기째 필드골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팀도 4무 2패의 부진에 빠졌다.
신 감독은 "(조)동건이가 정말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골이 안 터진다. 조동건이 해줘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조금만 더 하면 한 단계 성장할 것 같은데"라며 마찬가지로 '계기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충만한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유망주의 득점 본능이 언제쯤 폭발할 수 있을까. 두 감독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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